“도시락 싸오고, 엘리베이터 안타고….”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신종플루가 직장 문화도 바꾸고 있다. 감염을 막고자 위험 지역 출장을 자제하고 출·퇴근길에 열감지 카메라를 통과하는 것은 이미 일상사가 됐다. 넥타이 매지 않기, 도시락 싸오기, 술잔 안 돌리기 등 이전과 다른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신종플루 활성감염국 출장은 최대한 자제하지만, 출장이 불가피한 경우 마스크와 체온계, 소독제 등을 갖춘 별도의 출장자 보호 키트를 지급한다. 출장 후에는 반드시 사내 병원에서 검진을 받도록 하고 있다. 지난 8월 일찌감치 서초 본관을 비롯해 수원.기흥.화성.탕정 등 전 사업장의 출입구에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한 것은 물론이다. LG전자는 신종플루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 29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본사 14층에 김영기 부사장을 상황실장으로 하는 ‘위기대응상황실’을 설치했다. 또 미주 전역, 중국, 일본, 영국, 스페인, 호주, 인도, 말레이시아 등을 출장자제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을 다녀온 사람은 귀국 후에 7일간 개인 모니터링을 받아야 한다.
여의도 트윈타워에서는 출·퇴근이나 점심때에 손 소독기 앞에 장사진을 친 직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SK에너지는 주 1회 전사 전층을 소독하고 있다. SK건설은 9월부터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건물 살균 방역작업을 하는 등 모든 관계사에서 건물 소독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해외 출장자에게 마스크를 제공하는 것은 필수다. 또 건물에 적외선 열감지기를 설치해 직원들의 체온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일상적 풍경이고, 고객접견실에도 발열 감지기를 설치해 의심 환자의 원천적인 접근을 차단했다.
현대·기아차 글로벌 영업본부에서는 최근 헤드폰을 끼고 컴퓨터 모니터를 주시하는 직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신종 플루 예방을 위해 웬만하면 해외출장을 자제하면서 영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해외 주재원들과 소통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난 것이다. GS건설은 신종플루 유행 이후 직원들에게 ‘넥타이 매지 않기’를 권장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여름철에만 전 직원이 ‘노타이’ 차림으로 근무해 왔지만, 신종플루 유행 이후 호흡기에 가깝게 착용하면서 자주 세탁하지 않는 액세서리인 넥타이가 위생상 좋지 않다는 점이 지적돼 겨울을 코앞에 둔 11월에도 이를 계속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회식에서 잔 돌리기 문화가 사라졌다. 대신 자신의 술병을 스스로 들고 알아서 따라 마신다. 사내 의료실 상담 전화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열이 있거나 감기 증세가 있으면 문의하는 일이 다반사다. 여행업체인 자유투어 직원들은 좁은 밀폐공간인 엘리베이터를 되도록 안타고, 사람들로 붐비는 식당을 피하려고 도시락을 싸오는 경우가 늘었다. 자유투어 최인선 과장은 “비상구 계단에 근래 직원들이 부쩍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면서 “또 점심때 복잡한 식당을 가는 대신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혼자 먹거나, 또는 삼삼오오 둘러앉아 먹는 풍경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주방용품 제조업체인 락앤락의 김준일 회장은 얼마 전 서울과 용인 등 국내 사업장 임직원 600여 명에게 “면역력을 키우라”라며 과립형 비타민제를 나눠줬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백화점에는 아예 쇼핑카트 자동 살균소독기가 설치됐다. 이 자외선 살균장치는 UV-C(단파)의 자외선 중에서 가장 살균력이 강한 253.7nm 파장을 3분 동안 쬐어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 등을 살균처리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의심증상이 발생하면 즉각 병가 처리해 근무에서 배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