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정부의 각종 지원에 힘입어 벤처 기업의 수가 사상 최대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1일 현재 벤처캐피탈협회 등 관련기관의 확인을 거친 벤처기업은 1만9천100여개로 지난해 1만5천401개보다 3천700개가량 늘어났다. 이는 ‘벤처 열풍’이 휘몰아쳤던 지난 2000년 한 해 동안 2천594개가 늘어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치로, 처음 벤처기업 인증을 시작한 1998년 이후 사상 최대의 증가폭이다.
이러한 증가세에 힘입어 벤처기업의 수는 늦어도 내년 초에는 2만 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 기업의 성장은 양적인 면에 국한되지 않았다.
연간 매출액 1천억 원이 넘는 ‘1천억 클럽’ 벤처기업의 수는 2006년 102개에 이어 2007년 152개, 지난해는 202개로 늘었고, NHN은 벤처기업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가파른 벤처 기업 수의 증가는 정부의 과감한 벤처 지원 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실제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신규 결성된 벤처투자조합 수는 모두 48개에 결성금액만 7천61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33개 투자조합이 5천145억 원의 펀드를 결성한 점을 감안하면 48%나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벤처투자조합 결성규모가 많이 늘어난 것은 정부가 벤처 투자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인 모태펀드의 출자금액을 큰 폭으로 늘리고 조성시기도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해 예년보다 훨씬 앞당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9월까지 결성된 모태펀드 조합의 결성금액은 6천860억 원으로 전체 벤처투자조합 규모의 90%에 달하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현재 1조 원 규모인 모태펀드를 2012년까지 2조 원으로 확대해 벤처투자 재원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것”이라며 벤처 창업 자금 지원을 더욱 확대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별다른 자기 자본 없이 기술력만으로 외부의 투자를 받아 창업에 나서는 벤처 기업의 특성상 풍부한 자금만 계속 흘러들어온다면 ‘우후죽순’처럼 벤처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 안팎의 시각이다. 그러나 이러한 ‘벤처 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IMF 금융 위기 후 코스닥 시장 개장과 함께 자금이 벤처로 몰리며 ‘벤처 광풍’이 일었다가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힌 2000년대 초와 지금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벤처 기업인 1호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 26일 제2회 기업가정신 국제콘퍼런스에서 국내 벤처기업이 성공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종사자들의 실력 부족, 산업 지원 인프라 부실, 대기업과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 등을 꼽았다. 대내외 시장 여건의 변화와 벤처기업의 자생력 강화 없이 진정한 ‘벤처 붐’은 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벤처 업계 관계자들은 ‘벤처 르네상스 시대’를 위해서는 단기간 이익 회수 노리기보다는 기술력 위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기술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중심으로 하는 중간 회수시장 활성화 등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