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미세 출구전략`에 경계 눈초리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원론적 의미의 출구전략(과잉 유동성 회수) 대신 ’미세 출구전략’이라 불리는 유동성 회수 조치들이 시행되면서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올들어 주요국 증시가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 호전,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국제적 유동성 확대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보여 왔으나, 경기와 실적 확대에 대한 기대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돈줄’이 조여지면 주식시장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 8월 말에 중고차를 처분하고 연비가 좋은 새 차를 구입할 때 4천500달러(약 530만원)의 현금을 보상하는 ’중고차 현금보상’ 제도가 종료된 데 이어 연방준비은행의 장기 국채 매입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달 27일 최소 부실채권 충당금 비율을 10%에서 70%로 높이는 등의 유동성 억제 조치를 발표했고, 중국에서도 이달부터 개인 주택담보대출 이자의 할인 제도가 폐지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부터 1년간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 채권에 은행채나 주택저당증권(MBS)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시중에 자금을 공급해 온 한국은행은 이 조치를 연장해서 시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지난 9월과 10월 두 달간 20조원 이상의 머니마켓펀드(MMF) 잔고가 감소한 배경에 이런 한은의 입장이 있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문제는 가뜩이나 불안한 수급 구도로 인해 1,600선을 내준 우리 증시가 이 같은 유동성 회수 과정에서 재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유동성 축소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것 자체가 주식을 비롯한 자산 가치에는 원론적 측면에서 부담을 준다”며 “경기 부양 과정에서 국가간 공조가 이뤄졌지만 유동성 회수 과정에서 국가별 특성이 앞서고 있는 현상은 이런 부담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정책 효과나 유동성 공급 없이 경기 회복이 지속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동성 회수로 인한 악영향이 가시화되면 증시 역시 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동양종합금융증권 김주형 투자분석부장은 “유동성 회수 조치가 주식시장 자금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고 시중 유동성 변동은 증시에 일정기간 선행하는 특성이 있다”며 ’미세 출구전략’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과잉 유동성의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판단됐다면 기준금리를 올렸을 것”이라며 “과잉 유동성으로 야기되는 후유증이 예방된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증시에도 오히려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잠시 주춤거리고 있는 증시가 다시 상승의 발걸음을 내딛게 될지는 결국 실물 경기의 자생적 회복 여부에 달려 있으며, 그 경우 시중 유동성이 회수된다 해도 증시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우증권 조 부장은 “만약 내년에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시행되고 유동성이 회수됐을 때 경기가 자생적 회복의 길을 걷고 있다면 증시 역시 부담 없는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