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 "범용제품에 사활건다"

  국내 전자부품 업체들이 범용 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과거에는 삼성·LG 등 특정 기업의 물량만 수주받아 수율을 높이기만 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거래처를 다변화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운 시대가 됐다.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기업화되면서 중국 등 생산라인이 있는 현지서 소싱을 늘리는 대신 국내에서 구매하는 물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거래처 다변화를 위해 범용 부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파트론은 터치 제품에 들어가는 진동모터를 개발 중이며, 주파수에 따라 다른 액션을 취할 수 있도록 IC에 신호를 보내는 수정발진기를 개발했다. 두 제품 모두 범용 부품으로 여러 IT제품에 적용할 수 있다. 중소형 모터를 주로 생산하는 에스피지는 로봇 관절 등에 적용되는 범용형 유성모터를 개발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단순히 로봇용 외 반도체 장비, 농기구 등 여러 곳에 이용되는 범용 모터다. 아모텍은 반도체 칩을 강한 전류로부터 보호하는 부품인 칩배리스터를 휴대폰에 이어 자동차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늘어나는 이유는 특정 제품 및 모델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점점 힘들어지고, 범용 제품을 가진 기업은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제품 및 모델에 적용될 수 있는 범용 부품을 개발한 업체들은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적 쉽게 거래를 트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기는 대표적 범용 부품인 MLCC의 국산화에 성공해 높은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아이엠은 광픽업 모듈을 HD DVD, 블루레이 방식 모두 범용화에 성공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특정 기업에 의존도가 높은 부품들의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삼성·LG 등 대기업들은 특정 부품에 대한 협력사 수를 5개에서 3개 정도로 줄이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특정 협력사에 많은 물량을 몰아주는 대신 판가 인하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가 쉬운 모델, 단품은 중국 현지업체에서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기업 제품에 의존도가 높은 부품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범용 부품을 개발해 거래처를 다변화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지 못하는 업체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