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 통방업계, 상생·협력이 필요하다](https://img.etnews.com/photonews/0911/091102050626_487618417_b.jpg)
드라마·코미디·다큐멘터리 등을 콘텐츠라고 한다.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려면 전송수단 즉, 플랫폼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플랫폼이 지상파TV밖에 없었지만 케이블과 위성뿐만 아니라 이제는 1000개의 채널도 가능하다는 IPTV까지 도입됐다. 또 무선전송기술 발전으로 지하철 또는 고속버스에서도 영상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됐다. 요즘은 콘텐츠가 부족한 시대가 됐다.
콘텐츠 산업에는 몇 가지 구조적 특성이 있다. 첫째, 콘텐츠는 경험재(經驗財)로서 그 내용을 보기 전까지는 가치를 알 수 없다. 따라서 과거의 소비 경험이 콘텐츠 상품의 재구매에 영향을 준다. 둘째, 플랫폼을 필요로 하는 네트워크 산업이다. 즉 네트워크 효과에 따라 가입자의 수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셋째, 수요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서 성공과 실패의 차이가 대단히 크고 예측이 어렵다. 넷째, 소비자의 지급의사 차이를 이용한 단계적인 유통을 거쳐 매출극대화가 가능하다. 또 콘텐츠도 재화기 때문에 콘텐츠 생산에는 비용이 필요하다. 즉 ‘돈이 없으면 콘텐츠도 없다(No Money No Content)’는 점이다. 지상파라면 시청자는 무료시청을 하고 방송사는 광고시청을 대가로 광고주로부터 제작비용을 조달하는 것이다.
나는 최근 몇 년간 통신업계와 지상파 콘텐츠 공급협상을 하면서 통신업계의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상당한 협상지연을 경험했다. 물론 통신업계 측에서는 당연히 반대 주장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방송통신업계의 콘텐츠 공급협상 핵심쟁점은 콘텐츠의 가치평가 이슈다. 방송업계는 방송 콘텐츠 가치는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와 위성 및 지상파DMB의 진출사례에서 충분히 입증됐다고 주장한다. 즉 “지상파 콘텐츠는 소비자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상품이며 신규 플랫폼 성공을 보장하는 킬러 콘텐츠다. 따라서 이러한 가치를 충분하게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통신업계는 “신규 플랫폼사업의 미래는 불투명한데 플랫폼 구축에 많은 비용이 소요돼 콘텐츠에 배분할 재원이 부족하다. 먼저 방송업계가 콘텐츠를 싸게 공급해서 수익이 발생하면 제 값을 주겠다”는 논리다. 물론 방송업계도 시장 확대를 노리고 신규플랫폼의 성공을 위해 먼저 콘텐츠를 싸게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가입자가 늘어나면 통신업계의 협상력은 강해진다. 즉, 지상파로부터 싸게 공급받은 좋은 콘텐츠로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통신업계는 돈을 번 뒤에는 방송업계를 무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통신업계는 음원유통시장에서 가입자를 무기로 음반업계와의 정보이용료 배분에서 절대적인 협상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무선통신사 도코모는 콘텐츠 업계에 수익배분을 많이 해주고 이를 통해 콘텐츠업계가 빠르게 성장하며, 이것이 트래픽을 증대시켜 통신사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또 애플의 아이튠스도 매출액의 70%를 콘텐츠 업계에 배분하는 ‘콘텐츠 우대정책’으로 빠른 성장을 이루었다. 이러한 선진국의 성공사례들은 우리에게 분명한 시사점을 제시해 주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콘텐츠 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고 이것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방송과 통신업계 간의 협력은 더욱 긴요하다. “Content is King, Conduit is Queen and Consumer is Emperor”라는 말이 있다. 황제인 소비자에게 보다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왕과 왕비는 상대를 지금보다 더 많이 존경하고 더 많이 사랑해야 할 것이다.
안택호 문화방송 편성국 저작권부장/thahn@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