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서 큰 인기를 끄는 수술로봇 장비의 국산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경기도 성남 소재 의료벤처 래보(대표 최승욱)는 환부를 절개하지 않고 두께 8㎜의 로봇팔을 꽂아서 수술을 진행하는 의료용 로봇시스템을 개발, 내년부터 임상실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국산화한 수술로봇의 성능, 안전성에 대해 식약청 허가를 받고 오는 2011년부터 정식 시판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산 수술로봇이 실용화될 경우 로봇기반 외과수술의 대중화에 일대 전환점이 마련될 전망이다.
수술로봇은 의사의 손을 대신하는 로봇팔 3∼4개를 뱃속에서 꽂아 종양을 잘라내고 찢어진 부위를 정교하게 꿰맨다. 환자 입장에선 로봇수술은 정밀한 수술로 부작용이 낮고 절개부위가 매우 작아서 회복도 빠른 장점이 있다. 지난 2005년 신촌 세브란스병원이 미국산 수술로봇 ‘다빈치’를 도입한 이후 주요 대형 병원에서 총 25대를 구입, 암수술에 투입하고 있다. 현재 수술로봇시장은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사가 특허권을 무기로 100% 독점하고 있어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다빈치 수술로봇의 판매가격은 대당 30∼40억원에 달한다. 대형병원에서 큰 맘 먹고 수술로봇을 도입해도 투자비를 회수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수술시 환자 체내에 들어가는 로봇팔은 10회 시술시 프로그램이 삭제되므로 무조건 교체해야 한다. 로봇팔의 교체가격은 개당 300만∼400만원. 병원입장에서 수술로봇 한 대를 운영하려면 유지비 부담이 매우 크다. 결국 로봇수술은 일반 수술에 비해 건당 1000만원 이상 의료수가가 비싸다. 로봇수술은 의료보험 적용도 안되니 서민입장에서 그림의 떡인 셈이다.
래보는 국산 수술로봇을 대당 10억원 이하로 시판할 계획이다. 기존 미국산 다빈치 수술로봇에 비해 판매가격이 20∼30%로 저렴해지는 셈이다. 로봇팔의 교체주기도 수십회로 늘려서 유지비용도 크게 낮추기로 했다. 최승욱 래보 대표는 “미국회사가 쳐놓은 수술로봇 특허가 하나 둘 풀리고 있어 경쟁제품을 내놓을 시기가 됐다. 수술로봇이 국산화되면 보험도 적용되면 수술비도 저렴해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수술로봇이 대당 10억원 이하로 떨어지면 유명 대학병원 외에 전국 1100여개 중형병원(병상 100개 안팎)도 로봇수술붐이 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30차례 로봇수술을 기록중인 나군호 세브란스 교수는 “보급형 수술로봇에 대한 국내 의료계 잠재수요는 300∼400대는 될 것이다. 부작용이 적은 로봇수술이 널리 대중화되는데 전환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