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동차 ’빅3’ 중 유일하게 정부의 구제금융도 받지 않고 파산보호에도 들어가지 않은 채 혼자 버틴 포드가 3.4분기에 예상 외로 많은 이익을 내는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파산보호에 들어갔던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등 경쟁자들이 고통을 겪는 사이에 포드가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회생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포드는 2일(현지시간) 지난 3.4분기 순이익이 9억9천700만달러(주당 29센트)를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의 1억6천100만달러 적자(주당 7센트 손실)보다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주당 12센트 손실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포드는 지난 2분기에도 23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해 2분기 연속 이익을 냈지만 2분기에는 채무경감 등과 같은 요인을 제외하면 4억2천만달러의 손실을 냈을 것으로 분석돼 사실상 이번에 제대로 흑자를 낸 셈이다.
특히 포드는 주력 시장인 북미에서 세전 3억5천700만달러의 이익을 기록해 17분기 연속 손실 행진을 깨고 4년여만에 영업이익을 기록해 더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도 포드가 3분기에 예상 외로 10억달러 가까운 이익을 냈다고 일제히 보도하면서 포드의 사정이 나아지고 있음을 소개했다. 포드는 2011년에는 견조한 수익을 낸다는 계획이다.
포드의 앨런 멀럴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3분기 실적은 포드가 장기화되고 있는 세계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험로를 앞에 두고 있지만 포드가 변화하려는 노력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포드의 사정이 나아진 것은 경쟁자들이 허약해진 사이 시장 점유율을 키우며 경기침체로 차 판매가 줄어드는 것을 최소화하고 비용절감 노력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GM과 크라이슬러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는 가운데 포드의 3분기 미국시장 점유율은 17% 가량으로 1년 전보다 5%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포드는 올해 들어 46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했고 연간으로는 50억달러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포드의 비용절감과 수요에 맞는 생산 감축, 인센티브 축소 등이 예상보다 잘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포드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꿨다.
그러나 포드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파산보호를 통해 부채를 대거 줄여 몸집을 가볍게 한 GM과 크라이슬러가 재기에 나선데다 중고차 현금 보상제 등 정부의 자동차 판매 지원책이 끝난 상황에서 미국의 경제 회복도 더딜 것으로 보여 차 판매는 당분간 늘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노조가 회사측이 요구하는 노동비용 추가 감축안에 반대하는 것도 악재다. 노동비용 추가 감축안에는 신입사원 임금 6년간 동결과 일부 직무분류 변경, 2015년까지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 금지 등이 담겨 있었으나 포드 노조가 투표를 통해 이를 부결시켰다고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이날 밝혔다. GM과 크라이슬러 노조가 받아들인 이 비용감축안을 포드 노조가 거부함에 따라 포드의 비용 절감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면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이와 함께 269억달러에 달하는 많은 부채를 지고 있는 것도 포드에는 큰 부담이다. 이중 16억달러는 내년에 만기가 돌아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