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재난단계 ‘심각’으로 격상, 전염병 대란 불가피

정부 중앙재난안전본부 발족, 전염병으로는 최초

3일 오후 2시를 기해 신종플루에 대한 국가 전염병 재난단계가 최고수준인 ‘심각(RED)으로 격상됐다.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재난단계 격상 배경에 대해 “인플루엔자 의심환자 분율(ILI)과 사망사례 등 신종플루 유행과 관련된 모든 지표가 급속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가 “신종플루는 계절독감보다 치사율은 낮고 완치율은 높다”며 재난단계 격상을 미루고 있는 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난단계 격상과 정부의 효과적 대응체계 구축에 관련한 논란이 계속돼왔다.

지난 9월24일 (주)재난포커스가 주최하고 (사)사회안전학회와 (사)한국비시피협회에서 주관한 ‘신종플루와의 전쟁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찬오 사회안전학회 부회장(서울산업대 교수)은 “신종플루 확산 초기에 특성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많은 혼란으로 국민이 불안에 떨었다”며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을 통해 신종재난과 재난의 정도를 명확히 규정토록 재난에 대한 정의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정부의 재난 대응 체계에 대한 개선책을 제시한 바 있다. 또 정영환 한나라당 미래위기대응특별위원회 사회안전위원은 “많은 재난관련전문가들이 재난단계 격상을 통해 신종플루에 대한 범정부차원의 신속한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다른 북반구 국가들처럼 우리나라도 겨울로 접어드는 이 시점에 폭발적인 대유행으로 번질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는 예상에서였다.

국가 전염병 재난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정부는 지난 5월 1일 ‘관심’에서 ‘주의’로, 7월 21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된 상태를 유지해 왔다.

재난단계 중 ‘경계’와 ‘심각’을 결정짓는 가장 큰 기준은 사람사이에 전염병 전파가 제한적인가 일반적인가의 차이다. 지난 2일 대책본부 보도자료(10.18~24 1주간 통계)를 보면 호흡기 바이러스 보유자 중 83.5%에서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쉽게 말해 감기환자의 83.5%가 신종플루 환자라는 뜻으로 이미 일반적인 사람간의 전파가 널리 퍼졌다는 의미다.

재난단계가 격상됨에 따라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도 발족된다. 자연재해가 아닌 전염병 확산을 계기로 중대본이 구성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르면 4일 발족될 예정이다.

중대본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구성되는 법적기구로, 그동안 보건복지가족부를 중심으로 운영된 대책본부와 달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재난사태 선포, 특정지역 위험구역 설정, 공무원 비상소집령 등 선제 대응을 할 수 있다.

중대본은 행안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고 모든 부처의 실ㆍ국장급 간부들이 참여해 신종플루와 관련한 예방과 대응, 부처별 업무 조정, 상황 통합 관리 등을 담당하게 된다. 또 지역별로 설치되는 대책본부 지휘ㆍ감독, 방재 인력과 물자 지원, 대국민 메시지 전달 등의 업무도 담당한다.

중대본이 발족되면 전국 16개 시ㆍ도와 230개 시ㆍ군ㆍ구에서도 단체장을 본부장으로 한 별도 대책본부가 가동되며, 단체장들은 교육감이나 군부대장 등과 함께 지역별 대책을 수립, 집행할 수 있게 된다.위기단계 격상에 따라 정부는 ▲정부대응체계 강화 ▲중증환자 진료체계 강화 ▲학교예방접종 조기완료 ▲항바이러스제의 적극적 투약과 신속 진료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신종플루 발생이 증가하고 있지만, 치사율이 0.03%에 불과하고 항바이러스제도 충분히 확보돼 있다"며 "불필요한 불안감이나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국민들의 차분한 대응을 당부했다.

재난포커스(http://www.di-focus.com) - 박일우 기자(free@di-f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