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만들기 여자라고 다를 것 없어요”

“무기 만들기 여자라고 다를 것 없어요”

 “주변에서 독특하게 보는 사례도 있긴 하지만…, 여자라고 특별히 다를 것은 없어요.”

 국내 주요 방위산업체의 하나인 LIG넥스원 초고주파연구센터의 전상미 선임연구원(34)은 방산업체 여성 연구원을 향한 호기심에 이같이 답하며 웃었다. “물론 여성이 적긴 하지요, 전체 연구소 50여명 중에 여자는 저 포함 둘뿐이니까요. 하지만 무기 만드는 여성이라고 특별하게 다르게 보실 건 없어요. 기본적으로 하는 연구는 방산업체가 아닌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일 거예요.”

 레이더에 들어가는 안테나를 만든다기에 ‘유도무기 만드는 여성 연구원’이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무작정 대면했지만 알고 보니 LIG넥스원의 재원이란다.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전파수치해석학 석·박사 학위를 받아 탄탄한 이론까지 갖춘 수재다.

 현재 그가 하고 있는 일은 능동위상배열 안테나 장치 개발 업무. 간단히 말하면 기계식이었던 기존 레이더를 전자적 빔 조향으로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물체를 포착할 수 있게 하는 연구다. “빔 조향·빔 형성 운용의 각 배열 제어 등을 개발하고 시험 및 평가 분석하는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그는 뭐 좀 ‘다른 것’을 찾으려는 기자에게 방산업체에 합류한 동기 역시 다른 사람들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LIG넥스원 정보는 학교와의 교류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져 있었지요. 저는 학위를 따는 과정에서 국방과학연구소 과제를 수행하다가 전공인 RF 쪽과 관련된 LIG넥스원에 입사했습니다.”

 오히려 재미있는 건 전공인 RF를 선택한 계기. 한때 기(氣), 기운, 피라미드 구조 등에 관심을 가졌던 게 인연이 됐단다. “누가 인체에서 나오는 주파수 얘기를 하더라구요. 거기에 관심을 갖다가 RF나 수치해석에도 관심을 갖게 됐는데 정작 대학원 입학할 때는 교수님에게 꾸중을 들었죠, 하하.”

 여성 연구원으로 방산업체에서 일하는 게 힘들지 않냐고 했더니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실험하는 것 자체가 고된 것도 있다고 한다. “특히 실험할 때 힘든 때가 많죠. 진해나 지방으로 내려가서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달 정도 새벽까지 실험하고 검증하는 작업을 해야 하거든요. 제가 하는 연구가 응용연구라 실험을 같이 하는 인원도 적어요. 하지만 매일 실험 끝나고 같이 맥주 한잔 하면서 더 친해지기도 하죠. 힘들지만 오히려 재미있죠.”

 전 연구원은 자기 일을 향한 강한 욕심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국방이든 민수든 앞으로 레이더는 다 저희가 개발하는 능동형으로 바뀔 거예요. 미군 최신예 전투기인 F-22에 장착된 레이더도 마찬가진데 성능에서 ‘꿈의 레이더’라고 하지요. 우리도 빨리 그런 걸 만들어야지요.”

  최순욱기자 choisw@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