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 포르투갈에서 만난 `포르셰 뉴 911 터보`

[신차 드라이브] 포르투갈에서 만난 `포르셰 뉴 911 터보`

 진화에 끝은 없다. 3.6리터 수평대향 6기통 트윈터보 엔진으로 480마력을 만들어내던 911 터보가 배기량을 3.8리터로 키우고 직분사 시스템을 더해서 무려 500마력을 뿜어내는 뉴 911 터보로 거듭났다. 거기다 최신 듀얼 클러치 변속기인 7단 PDK에 ‘스포츠 플러스’ 모드의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0∼100㎞/h 가속을 불과 3.4초에 끝낸다. 엔초 페라리의 3.5초보다 빠르고,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640과 같은 가속력이다.

 유럽 서남부 포르투갈의 에스토릴 지방에서 이 환상의 뉴 911 터보를 만났다. 각국에서 모여든 기자들은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의 리스보아 공항에서 2인 1조로 한 대씩의 뉴 911 터보를 배정받은 후 유럽 대륙의 가장 서쪽 절벽인 ‘카보 다 로카’를 경유해 또 다른 주요 시승 장소인, 유서 깊은 에스토릴 서킷에 도착했다. 이틀에 걸쳐 고속도로, 국도, 산길 등의 도로와, 오랫동안 F1 경기를 치렀던 에스토릴 서킷을 누비며 지금 막 왕위를 계승한 새 도로의 제왕을 마음껏 즐겼다.

 배기량 증가와 함께 직분사 시스템이 더해진 터보 엔진은 가변 터빈 구조인 기존의 VTG가 함께 어울려 최고 출력은 20마력이 더 높아진 500마력/6000vpm, 최대 토크는 30Nm가 늘어난 650Nm/1950∼5000vpm을 발휘한다.

 0∼100㎞/h 가속 3.4초를 경험해봤다. 우선 ‘스포츠 플러스’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는다. 오른발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그러면 911 터보는 런치 컨트롤 상황이라는 것을 스티어링 휠에 표시해 주면서 회전수를 4000vpm으로 유지해 준다. 마음의 준비가 끝났다면 전방 먼 곳을 주시하면서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왼발을 뗀다.

 순간 포르셰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동원해서 타이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제어하면서 강력하게 차체를 쏘아 보내고, 뉴 911 터보는 로켓이 된다. 새롭게 더해진 포르셰 토크 벡터링(PTV)은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 때 안쪽 뒷바퀴에 적당한 제동을 가해 코너를 보다 빠르게 돌면서도 언더스티어를 원천적으로 줄여 주는 장비다.

 기존의 포르셰 구동력 제어장치(PTM)와, 포르셰 주행 안정장치(PSM)가 제공하던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넘어 한발 앞선 강력한 코너링 실력을 갖추게 됐다.

 뉴 911 터보의 최고속도는 312㎞/h지만 아쉽게도 도로 사정으로 인해 이틀에 걸친 시승에서 경험한 속도는 270㎞/h였다. 하지만, 이전 911 터보로 310㎞/h 이상으로 달려본 경험에 비춰 보면 초고속 영역에서의 달리기 실력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나아진 정도일 것으로 기대된다.

 괄목할 만한 성능 향상과는 달리 내·외관에는 작은 변화만 더해졌다. 코너에서 주행 방향을 따라 비춰주는 코너링 램프가 더해지고, 안개등과 후미등에는 LED가 적용됐다. 더 가벼워진 19인치 ‘터보Ⅱ’ 휠도 새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스티어링 휠에는 7단 PDK 변속기를 수동처럼 변속할 수 있는 시프트 패들이 포르셰 최초로 적용됐고, 시트에는 냉방기능이 더해졌다.

 뉴 911 터보는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슈퍼카로서의 입지가 더욱 굳건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기대 이상으로 더 빨라지고, 더욱 예리한 코너링이 가능해지면서 약해지고 있던 트랙 본능을 다시금 깨우고 있다.

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