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자금 경쟁이 최근 3년 내 가장 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청 기준이 바뀐 것도 영향이 있었지만, 경기침체에도 중소·벤처업계가 R&D투자에 적극 나선 결과로 해석된다.
5일 관련 정부당국 및 집행기관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3대 기술개발지원사업 모두 올해 경쟁률이 작년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대표 사업으로 올해 예산이 작년 대비 11.6%나 늘어난 ‘중소기업 기술혁신개발사업(2620억원)’에 902개 과제 선정에 4872개가 신청, 5.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2007년과 2008년에는 3.5대 1과 3.9대 1을 보였다.
각각 작년보다 12.5%와 8.5% 상향된 450억원과 597억원이 책정된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과 ‘산학연 공동기술개발사업’ 역시 경쟁률이 1.8대 1과 3.3대 1을 기록, 작년에 비해 경쟁이 심해졌다.
이 같은 높아진 경쟁률은 신청기회를 제한한 가운데 나타난 것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지원금액 한도를 상향조정하면서 사업별 신청기회를 7개 세부사업별 1회로, 선정과제 수는 전체에서 1회로 한정했다. 지난해까지는 신청기회는 제한을 두지 않았으며, 선정과제도 7개 세부사업별 1회로 정했었다. 기업들이 신청기회가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또한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관리하는 중소기업정책자금이 시설자금보다 운전자금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정부도 운전자금을 대폭 상향한 가운데 나타나 주목된다.
중진공에 따르면 올해 은행들이 높은 잣대로 심각한 자금난에 빠진 중소기업들이 정책자금 이용을 희망했고, 그 결과 정책자금의 운전자금 비중은 60%로 상향했다. 이는 예년 운전자금 비중이 40%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대폭 상향된 것이다. 추이만 봤을때 단기 자금난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중소기업들이 R&D투자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경기침체로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커지면서 100% 자체 자금 조달보다는 정부에 손을 내미는 경우가 크게 늘면서 기술개발지원자금 신청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신기룡 중기청 기술개발과장은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보면 투자는 안해도 R&D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응답한다”며 “기업들이 오랫동안 존속하기 위해서는 R&D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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