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이슬에 젖은 그린

 날씨가 쌀쌀해진 요즘 이른 시간에 라운딩을 나서면 예외 없이 이슬에 젖은 그린을 만나게 된다. 이슬이 맺힌 그린은 비에 젖은 그린보다 볼이 구르지 않는다. 이슬이 빗방울보다 더 끈끈하기 때문이다.

 그린이 무겁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평소처럼 퍼팅을 하면 볼은 3분의 2 정도를 굴러가다가 멈춰버린다. 이를 극복하려고 평소보다 조금 세게 퍼팅을 하면 볼은 홀컵 근처에서 쭉 미끄러지며 1m 이상 지나친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에 빠지는 바람에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하루 종일 스리 퍼트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평소 퍼팅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골퍼는 부드럽게 밀어 치는 퍼팅 스트로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밀어 치는 퍼팅은 볼이 퍼터 헤드를 떠나는 순간 지면에서 살짝 뜬 채로 5㎝ 정도 날아가서 그린에 떨어지고 그때부터 홀컵까지 굴러가게 된다. 그래서 방향성이 좋고 구족이 긴 좋은 퍼팅을 구사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때리는 스타일의 퍼팅은 볼이 퍼터 헤드를 떠나는 순간 지면에서 살짝 뜬 상태로 10㎝ 이상을 날아간 다음 그린에 떨어져서 구르게 되는데 이때 방향이 바뀌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때리는 스타일의 퍼팅 성공률이 밀어 치는 퍼팅보다 낮아진다.

 빠른 그린에서는 이 말이 100% 맞지만 느린 그린에서는 때리는 퍼팅도 과히 나쁘지 않다.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때도 많다. 그래서 프로 골퍼 중에는 때리는 퍼팅을 하는 선수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지만 우리 주위의 싱글 핸디캡 골퍼 중에는 때리는 퍼팅을 하는 사람이 그리 많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슬에 젖은 그린에서는 때리는 퍼팅이 왕이다. 볼이 구르지 않기 때문에 때리는 퍼팅을 구사하는 골퍼의 볼은 이슬을 타고 미끄러져 제 거리를 다 가게 된다. 맑은 날 빠른 그린에서는 부드럽게 밀어 치는 골퍼가 더 좋은 성공률을 보이지만 젖은 그린에서는 때리는 퍼팅 스트로크를 가진 골퍼가 더 좋은 결과를 낸다.

 이제 결론은 간단하게 내려진다. 평소에 부드럽게 밀어 치는 스트로크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슬에 젖은 그린에서는 때리는 퍼팅 스트로크를 구사해야만 제 거리를 다 보낼 수 있을 뿐더러 퍼팅 성공률도 높아진다.

 늦은 가을이 가까이 오면 집에 퍼팅 매트를 설치하고 짧은 거리에서 때리는 퍼팅을 연습해볼 일이다. 내가 아는 어떤 골퍼는 부인이 난리를 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실에 놓여 있는 퍼팅 매트에 물을 뿌려 놓고 연습을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