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내 프리스케일코리아를 2배 이상 성장시킬 계획입니다. 또한 나아가 한국의 산업에 기여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성공 모델을 만들겠습니다.”
지난 8월 프리스케일코리아 대표로 부임한 황연호 사장(50)은 반도체 전문가다. 1960년생인 그는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유럽 최대 반도체 기업 ST마이크로에 엔지니어로 입사, 통신·네트워크·멀티미디어·가전·자동차 전장 등 다양한 반도체 분야를 두루 섭렵했다. 능력을 인정 받아 프리스케일코리아에 오기 전 ST마이크로 아태지역 통신부문 본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황 사장은 인터뷰를 제안받은 뒤 처음에는 머뭇거렸다. 취임한 지 채 한달 남짓, 아직은 프리스케일코리아를 스스로도 잘 모른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4일 만난 황 사장은 이미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 계획은 다름 아닌 프리스케일코리아가 지닌 성장 잠재력과 장기적인 발전 모델이었다.
“프리스케일이 한국에서는 자동차·네트워크 분야에 특화한 반도체 기업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프리스케일은 가전과 같은 컨슈머 분야부터 로봇·의료·에너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에 진출했거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적극 알려 ‘임베디드 프로세서’하면 프리스케일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프리스케일코리아의 매출은 자동차에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차량용 반도체가 전체 매출의 30%에 이른다. 그 다음이 삼성전자·LG전자의 가전 제품에 사용되는 컨슈머 분야이고, 오랫동안 강점을 지녔던 네트워크 분야도 든든한 수익원이다. 황 사장은 우선적으론 기존 주력 사업 부문에 자원을 집중해 회사를 키울 생각이지만, 보다 먼 미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토대를 쌓는 데도 역량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연장선에서 황 사장은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 진출해 단순히 물건을 파는 외국계 기업이 아니라 프리스케일의 앞선 반도체 기술력을 공유하고 한국의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도 관심이 크다”고 힘주어 말했다. 요즘 그는 한국내 대학과 연계한 산학 협력 활동이나 협회를 통한 기업간 협력 등 다양한 방법을 구상 중이다.
반도체 경기가 최근 저점을 찍고 다시 살아날 움직임이다. 생존 경쟁에서 살아 남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는 셈이지만 동시에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황 사장의 포부대로 프리스케일코리아가 한국내에서 성장과 토착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