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의 한쪽 페어링 비정상 분리 원인이 분리 구조의 기계적 결함 또는 분리 화약의 비정상적인 지연 폭발 두 가지로 압축됐다. 지난 2개월간 진행한 조사 결과를 감안할 때 당초 내년 5월로 예정된 나로호 2차 발사는 하반기 이후로 연기될 전망이다.
5일 나로호발사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 KAIST 교수)는 중간 조사 결과 발표에서 지난 8월 1차 발사된 나로호의 위성궤도 진입 실패는 한쪽 페어링의 비정상 분리로 인한 것이라고 공식 밝혔다.
조사위는 나로호의 원격 측정 정보, 지상 실험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페어링 비정상 분리의 추정 원인 두 가지를 도출했다. 첫 번째 추정은 양쪽 페어링의 분리 화약이 모두 216초에 폭발됐으나, 한쪽 페어링만 216초에 정상적으로 분리되고 나머지는 기계적 결함으로 540초 시간대에 분리됐다는 것이다.
두 번째 추정은 216초에 한쪽 페어링의 분리화약은 정상 폭발했으나 나머지 페어링의 분리 화약은 아예 위성 분리 시점인 540초 시간대에 지연 폭발했다는 시나리오다.
조사위는 첫째 안을 놓고 페어링 분리장치의 기계적 구조와 전기시스템을, 두 번째 안을 놓고 분리화약 기폭 장치 등을 중심으로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위성과 상단의 충돌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조사위는 현시점에서 어느 쪽이 더 유력한 결론이라고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두 번째 시나리오로 결론날 가능성에 무게 중심을 뒀다. 문제는 두 번째 추정안으로 결론이 나면 정확한 원인 규명까지 한층 까다로운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인 발사조사위 위원장은 “진동 신호 데이터 분석 결과 현재로서는 두 번째 추정안이 원인일 가능성이 더 높다”며 “첫 번째 안으로 결론 나면 원인 규명이 매우 명쾌해지지만 두 번째로 가닥이 잡히게 되면 상당히 복잡해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원래 1차 발사 이후 9개월 이후로 예정된 나로호 2차 발사도 내년 5월을 지나 상반기를 넘길 가능성이 제기됐다.
문해주 교육과학기술부 거대과학정책관은 “비정상 분리 이후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까지 세운 다음에 발사해야 하기 때문에 5월은 당연히 아니다”며 “순조롭게 조사가 이뤄지면 내년 상반기에 발사하는 것이 최선의 목표”라고 말했다.
조사위는 11월 말 항공우주연구원에서 러시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페어링 분리 2차 실험을 실시한다. 12월 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인 위원장은 “12월 말까지 실패 원인을 못 찾더라도 조사는 완료할 것”이라며 “마냥 조사를 진행할 수는 없고 못 찾으면 개선안 마련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실패 원인이 영원히 미궁 속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