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 확산에 따른 인공 호흡기 부족 사태를 미리 예방하고자 질병관리본부가 기획한 인공호흡기 조달 사업이 졸속으로 진행, 관련 업계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특정 기업의 제품만이 입찰에 참여하도록 자격 조건을 제한, 정부 조달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가족부 질병관리본부는 대한병원협회를 통해 내달 신종 인플루레인자 거점 지정병원에 공급하는 이동식 인공호흡기 250대(50억원) 입찰을 지난 2일 진행, 8개 기업 중 지멘스·코비디언 2곳만이 응찰할 수 있도록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대한병원협회는 공고에서 중환자실외 장소, 즉 격리병실이나 일반병실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동식 인공호흡기를 구매할 계획이었으나 실제 낙찰 제품은 중환자실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고정식 인공호흡기를 구매해 앞뒤가 안 맞게 입찰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응찰 기회조차 얻지 못한 멕·드레거·헤밀턴 등 국내·외 5개 업체들은 보건복지가족부 등 관계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기로 결의, 파문이 쉽게 가라않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 업체들은 입찰 자격 요건 중 3년 내 인공호흡기 30억원 납품 실적과 기술 규격서 중 공기 유량 측정 방식 등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으로 지적했다.
A 업체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가 제시한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이번에 낙찰된 두 곳에 불과, 두 차례에 걸친 입찰에서 지멘스·코비디언이 번갈아 가며 복수 응찰해 125대 씩 각각 나눠가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고에서 당초 구매하기로 한 이동식 인공호흡기를 공급할 수 있는 드레거·헤밀턴은 응찰 기회를 얻지 못한 반면 고정식 인공호흡기만이 공급 가능한 기업이 선정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에 구매한 고정식 인공호흡기는 병실에 중앙공급시설(중환자실 전용)을 갖춘 신종 인플루레인자 거점 지정 병원에만 설치가 가능, 정작 인공호흡기를 필요로 하는 병원 입장에선 커다란 이점이 없다.
B 업체 관계자는 “중앙 공급시설이 없는 병실에 고정식 인공호흡기를 설치하려면 별도로 대당 400만∼500만원에 달하는 공기압축기를 구매해야 하는 데 병원들이 추가 비용에 부담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동식 인공호흡기를 구매하기 위해 이번 입찰을 진행했고 병원협회에서 모든 업무를 진행, 세부 내용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병원 협회 기획 조정실 담당자와 연략을 취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