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요구에 정보기술(IT)을 맞추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IT가 한발 앞서 고객의 요구를 이끌어나가야 합니다.”
KB금융그룹 IT서비스 계열사인 KB데이타시스템의 정연근 사장(58)이 이달 초 회사 창립 18주년을 맞아 내린 결론이다.
정 사장은 “과거 금융권의 IT는 인프라를 확충하거나 사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췄으나 궁극적으로는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객 성향을 재빨리 파악하여, 고객이 요구하기 전에 먼저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에게 그때그때 ‘물고기’만 줄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까지 알려줘야 한다”며 “IT가 고객의 요구를 앞서 나가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KB데이타시스템이 최근 내놓은 ‘투자성향분류 상담솔루션’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솔루션은 정 사장이 올해 박사 학위 논문으로 낸 ‘프라이빗뱅킹 고객의 투자성향이 구매행동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연구’에 기초했다.
정 사장은 “기존 금융권의 성향분류 시스템은 너무 단순하고 획일적으로 구성됐다”며 “연령·성별·직업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향을 분류해야 고객에게 적합한 투자상품을 권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이 이처럼 세밀한 고객의 요구와 성향까지 읽어내는 것은 그의 이력에서 비롯됐다. 1984년 국민은행에 입행한 정 사장은 이후 25년간 영업·기획·관리·마케팅 등에서 고르게 근무했다. 지난 2001년 최단기간 최고액 판매실적으로 한국기네스 인증을 획득했던 국민은행 ‘국민슈퍼정기예금’도 그의 작품이다.
이후 부행장까지 올랐던 정 사장은 지난 2007년 KB데이타시스템 대표로 자리를 옮겨 IT서비스와 연을 맺었다. 정 사장은 “금융권에서 영업, 경영, IT 부문을 고루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며 “운좋게 다양한 분야를 거치면서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고객에 대한 높은 이해도는 회사 경영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정 사장 취임 이후 KB데이타시스템은 2007, 2008년 연속 매출이 늘었으며 올해도 증가가 예상된다. 대외 사업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정 사장은 “KB데이타시스템의 18주년은 사람으로 치면 성인이 되는 나이”라며 “성숙한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탑5 IT서비스 기업’이라는 비전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