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교육평준화 정책이 국가경쟁력은 물론 교육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이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9일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 연구용역으로 발간한 보고서 ‘고혹(蠱惑) 평준화 해부’에서 “평준화 정책 지지자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었지만 그 성과는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제목에 사용된 ‘고혹’은 주역의 18번째 괘인 ‘산풍고’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선현이나 선대의 그릇된 점을 고쳐 나간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평준화 정책의 폐지 논거로 ‘정책 목표와 여러 명분이 하나같이 실현되지 못했거나 정반대 결과를 초래’ ‘도입과정부터 부도덕’ ‘국가통제와 정부개입의 합리화 산물’ ‘사교육 등 각종 병폐 현상 증후군을 가져온 점’ 등을 제시했다. 주요 사례로는 사교육 과열 방지 및 중학교교육 정상화 실패, 연간 2조원 이상의 재원이 소요되는 사립학교 정부보조금 문제, 학군별 불평등 조장 등을 들었다.
보고서는 평준화 정책 폐지를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각 시·도교육감이 단위학교별로 학교 전형을 하고, 내신제와 3불 정책 등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교등급제 활용 여부는 전형 기관인 각 대학의 소관으로 평준화 정책 존폐와 관계없이 지금부터라도 한시적으로 학생선발권, 등록금 책정권, 교육내용 편성부터 교원의 임용과 급여 문제에 이르기까지 자율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어 재정상태가 좋지 않으면서 교육 특성화 의지마저 없는 사립학교는 공립학교로 전환하고, ‘재정결함보조금’ 지급은 원천적으로 중단하며, 평준화 정책 폐지에 따른 공립학교 경쟁력 강화 방안과 법령 정비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