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와 코오롱의 합작사이자 국내 최대 폴리이미드(PI) 필름 업체인 SKC코오롱PI가 전 세계 인쇄회로기판(PCB) 시장 1위인 일본 NOK(니폰멕트론)에 PI 필름 공급을 추진 중이다. 공급 계약이 최종 성사될 경우 한국산 PCB 핵심 재료가 NOK에 채택되기는 처음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C코오롱PI(대표 윤창운)는 세계 최대 PCB 업체인 일본 NOK에 자사 PI 필름을 공급하기 위해 현재 제품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PI 필름 제품의 경우 최종 승인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초께 최종 공급 계약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NOK는 지난 회계연도 1698억엔의 매출액으로 일본 이비덴을 제치고 세계 PCB 시장 1위에 오른 업체다. 지금까지 PCB용 PI 필름의 경우 NOK는 대부분 자체 생산, 조달했지만 엔고 등의 영향으로 PI 필름 구매선을 외부로 다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SKC코오롱PI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의 품질 관리가 워낙 까다롭기 때문에 현장 실사와 제품 승인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철옹성과 같았던 일본 PCB 재료 시장에 우리가 진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SKC코오롱PI가 최종 공급 계약을 따낼 경우 지난해 6월 합작 출범 후 최대의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평가된다. SKC와 코오롱은 지난 2005년부터 일본 가네카·도레이듀폰이 독과점하고 있던 PI 시장에 진출했으며, 세계 시장에서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지난해 50대50의 합작 투자로 SKC코오롱PI를 신설했다.
작년말 기준 연 1500톤의 생산 능력을 갖춰 일본 도레이듀폰과 가네카에 이어 세계 3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충북 진천과 경북 구미에 각각 2기 생산라인을 가동하면서 양산 능력을 대폭 확충한 결과다. 합작 출범 당시인 작년에는 400억원, 올해는 700억원의 매출 목표를 잡았다.
업계에서는 SKC코오롱PI의 공급 계약이 성사되면 국내 PCB 산업에 던지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의 PCB 업체인 일본 NOK가 한국산 재료를 쓰게 되면 역대 처음”이라며 “NOK의 까다로운 품질 검증을 통과하면 국내 PCB 업계의 기술력도 그만큼 향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PI 필름은 내열·내한성이 우수해 연성인쇄회로기판(FPCB)과 반도체·항공우주용 소재 등으로 폭넓게 활용된다. 지난 2007년 기준 세계 시장 규모는 1조1000억원에 육박했으며, IT 기기의 소형·경량화 추세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