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런 방재제품은 이제 그만!

촌스런 방재제품은 이제 그만!

최첨단 소재에 번뜩이는 아이디어 접목

방재제품하면 왠지 촌스럽고 우중충한 분위기를 풍긴다. 재난에 대비한 물건이어서 디자인보다는 기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는 재난 관련 제품들은 기능은 물론 기발한 아이디어와 최첨단 소재, 유려한 디자인 등을 접목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국의 산업 디자이너 다니엘 비에이라가 디자인한 ‘서바이벌 포드’(Survival Pod)는 얼핏 보면 응급환자 이송용 들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제품은 응급 이송 기능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구명보트와 텐트로도 사용 가능하다. 그밖에도 정수 키트와 저장 컨테이너로 쓸 수도 있다. 재난을 맞았을 때 빠른 시간에 대처하도록 간단한 제품에 여러 가지 기능을 접목한 것이다.

특히 이 제품은 구명보트와 정수 키트 기능에서 알 수 있듯이, 수해를 당했을 때 효과적이다. 서바이벌 포드를 디자인한 비에이라는 수해가 잦은 제3세계 나라는 물론 홍수, 쓰나미 등에 대비해야 하는 선진국도 겨냥해 이 제품을 개발했다고 한다.

서바이벌 포드는 높은 기능성과 실용성을 평가 받아 미국산업디자이너협회(IDSA)가 주관하는 미국 우수산업디자인상(IDEA)에서 디자인 탐구 부문 금상을 받기도 했다.

오카 세이키란 일본 애완동물구명사가 개발해 지난해 6월 특허를 취득한 ‘부모의 마음’은 애완동물용 방재 재킷이다. 이 제품은 일본 소방대원들이 입는 방염복과 같은, 일본방염협회에서 인정한 방염 소재를 사용해 방염 성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불이 났을 때 뜨거운 열기로부터 반려동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제품인 것이다.

물론 이 제품도 방염기능만 있는 게 아니다. 서바이벌 포드처럼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디자인도 깔끔하다. 방염소재는 피부가 약한 애완동물을 고려해 항균 기능까지 있고 등 쪽에 손잡이를 붙여서 애완견이나 고양이를 쉽고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재킷을 펴면 부상한 애완동물을 운반하는 들것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제품 자체 기능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비상용품을 수납할 수도 있는데, 애완동물 발바닥을 보호하는 신발, 흥분한 애완견이 사람을 물지 못하도록 하는 간이 재갈, 생명수, 애완동물을 침착하게 하기 위한 아로마 오일 등 15점을 끼워 준다.

오카 세이키가 대표를 맡고 있는 사이드리얼 사는 애완동물 크기에 따라 6가지 제품을 내놓았다. 제품에 따라 부속품 크기도 다르다. 가격은 약 1만6000(20만7000원)~5만8000(75만원)엔이다. 방재제품을 파는 일본 인터넷 쇼핑몰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며, 미국 등에서도 팔리고 있다.

재난포커스(http://www.di-focus.com) - 이주현 기자(yijh@di-f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