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이달 닌텐도 ‘위(Wii)’와 같은 게임기가 국내와 중국에서 나온다.
미국 MIT 출신이 설립한 중국 업체 T사가 선보이는 이 게임기는 입력 장치에 있는 동작 인식 센서가 핵심 기술이다. 이를 개발한 업체가 바로 국내에 있는 ‘마이크로인피니티’다.
정학영 마이크로인피니티 사장(50)은 “닌텐도 위가 불과 2년 만에 5000만대 가량 팔려 나가면서 첨단 입력 장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핵심 기술을 가진 업체는 세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인피니티는 차세대 입력 장치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국내 기업이다. 동작 인식의 핵심인 항법 유도 기술을 기반으로 2001년 설립됐다.
“움직이는 물체의 위치와 자세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항법 기술입니다. 정확한 위치와 동작을 감지하기 때문에 게임·휴대폰 등 모바일 시대에 꼭 필요합니다.”
정 사장은 멤스(MEMS) 센서를 이용한 무인항공기용 위치자세 측정장치를 개발해 자동차·로봇·단말기 분야에 제일 먼저 접목했다. MEMS는 일반 부품·센서·전자 회로를 실리콘 기판 위에 집적, 크기 자체를 소형화할 수 있어 ‘제2의 D램’으로 불릴 정도로 사업성이 밝다. 이 항법 기술을 게임 단말기에 접목한 것이 이번에 중국업체와 공동으로 선보인 동작기반 게임 입력 장치다.
“닌텐도 위가 먼저 나왔지만 성능은 그 이상이라고 자부합니다. 닌텐도 제품과 달리 세분화한 동작 구분이 가능합니다. 가령 테니스의 포핸드, 백핸드, 스매싱을 구분해 동작할 수 있습니다. 직선과 회전 방향, 여기에 힘의 세기와 방향성을 직관적으로 입력해 보다 실감나는 게임을 구현해 줍니다.”
마이크로인피니티는 게임기에 이어 조만간 TV 리모컨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새로운 리모컨은 TV화면과 모니터를 보면서 상하좌우로 돌리거나 흔들면서 메뉴 선택 등이 가능하다.
정 사장이 항법 기술 미래에 확신을 갖는 데는 독특한 경력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서울산업대 교수를 거쳐 창업한 교수 출신 전문 경영인(CEO)이다. 학교에 있을 때부터 항법 기술에 매료돼 결국 교수직을 버리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그만큼 시장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동작 인식 분야는 시장이 크게 확대되는 상황이지만 진입 장벽이 높아 다른 기업이 쉽게 뛰어들 수 없다”며 “다양한 응용 제품을 개발해 세계 시장에서 앞선 기술력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