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엘피(대표 백준석 www.ulp.co.kr)는 특별한 운송 기업이다. 대당 수십억원대에서 수천억원을 오가는 고가의 반도체·LCD 제조장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기업들은 제조 라인에 청정실(클린룸)을 만든다. 제품을 만들 때 아주 작은 미세먼지로 인한 오작동을 없애기 위해서다. 그런데 장비를 반출하거나 반입하는 과정에서 자칫하면 청정실이 오염될 수 있다. 또 운송 과정에서 장비가 손상되면 생산 차질로 직결돼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다. 같은 장비 운송이라도 정밀 장비가 더 어렵고 필요한 이유다.
유엘피는 이런 전문성이 요구되는 정밀장비 운송 분야를 국내 처음 개척한 토종 기업이다. 정밀장비 운송은 일본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다. 일본의 앞선 정밀기기 산업 덕에 정밀운송 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하지만 유엘피는 지난 2000년 정밀운송장비 시장에 처음 뛰어든 후, 국내 반도체·LCD 장비 업체들과 동반 성장하며 현재 연매출 150억원이 넘는 1등 기업이 됐다.
유엘피의 경쟁력은 전문성이다. 정밀장비는 장비를 제조한 곳에서 반출부터 포장, 운송, 최종 목적지까지의 반입하는 과정에 이르는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유엘피는 이 모든 과정을 일괄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을 가졌다.
유엘피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20톤급 무진동 트레일러를 보면 알 수 있다. 항온·항습 기능도 갖춘 이 트레일러는 길이 12m, 높이 3.5m, 폭 3.3m로 우리나라 도로에서 달릴 수 있는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트레일러 바퀴마다 전자식 공기압 서스펜션을 장착해 시속 60km로 달려도 화물에 진동이 전해지지 않는다.
유엘피는 무진동 기능을 갖춘 첨단 트랙터만 30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109대의 트레일러를 직영으로 운영 중이다. 포장 역시 고객사의 요구 조건에 맞출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을 구비했다. 운송 작업에는 항상 전문 지식을 갖춘 직원들이 함께 한다. 유엘피는 이 같은 토털 물류 서비스로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하이닉스·세메스 등 국내 굴지의 회사들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정밀장비 운송이라는 특수 시장을 개척한 유엘피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의 녹색 성장 정책에 발맞춰 유엘피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발생하는 고가의 산액 등을 수거해 정제 후 되파는 재활용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 올 초부터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으며 그린사업본부를 발족시켰다. 내년에는 신사업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국산 정밀장비를 해외 시장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