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세금계산서 법인 의무화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뒤늦게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늑장 수요’가 대거 몰려 관련 솔루션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주요 솔루션업체를 중심으로 수요가 폭주하면서 물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고객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업계는 이 추세대로라면 시스템 구축이 늦어진 법인사업자들이 집단적으로 가산세를 무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빚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비즈니스온커뮤니케이션·넷매니아·케이엘넷 등 주요 전자세금계산서 솔루션 임대서비스(ASP) 사업자들은 이달 들어 급증한 수요에 맞춰 업무 시간 연장 등 비상근무에 돌입했지만, 밀려드는 고객 문의에 대응하지 못했다.
장기호 비즈니스온커뮤니케이션 사장은 “그동안 전사적자원관리(ERP)를 사용해오던 회사가 전자세금계산서 ASP와 연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문의하는 사례가 하루 7∼8곳에 달하지만 당장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춘화 넷매니아 사장도 “밀려드는 수요에 맞춰 인력을 충원하고 싶어도 숙련된 엔지니어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 당장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통상적으로 기존 ERP와 ASP서비스를 연계하는 개발 기간이 한 달 보름가량 걸린다. 업계는 이 때문에 지금 개발에 착수해도 내년 1월까지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 빠듯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업체들이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못해 가산세를 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세청은 내년 법인사업자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을 의무화하면서 이를 어길 시 2%의 가산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시간에 쫓겨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부실 개발 우려도 높아졌다. 특히 주요 ASP업체들의 고객 대응이 당장 힘들어지자 가산세를 물지 않으려는 법인사업자들이 신생 ASP업체로 대거 발걸음을 돌렸다. 전자세금계산서협의회에 가입한 ASP업체는 50여개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40개가량은 올해 시장에 진출해 아직 기술력을 검증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세금계산서 의무화 이후 시스템 오류로 국세청에 세금계산서 신고가 안 돼 가산세를 물게 된다면 고객은 시스템 개발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수 있다”며 “혹시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훨씬 많은 배상액을 물 수 있어 당장 고객이 몰린다고 해서 무작정 받을 수만도 없는 지경”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홍보 부족으로 이 같은 벼락치기 수요가 예견됐는데도 국세청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한 측면이 크다”며 “준비 부족으로 국세청의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및 전송시스템이 이달에서야 시험 서비스되면서 기술적 불안감은 한층 커진 상태”라고 꼬집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