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안내문이 부작용 우려 불러…교과부, “자율접종 강조 의도 뿐”
750만명에 달하는 전국 초ㆍ중ㆍ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신종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앞두고 학부모들 사이에 백신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학부모 서명이 없으면 학교에서 무료예방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두고도, ‘부작용이 생겼을 때 학부모에게 책임을 미루기 위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학부모도 나타나는 상황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1일부터 초ㆍ중ㆍ고 학생에게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발표했다. 중대본의 발표는 13일까지 수요조사를 한 뒤 11월 중순부터 8주를 학교예방접종 주간으로 정할 예정이었던,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가족부의 당초 계획에서 1주일 쯤 앞당겨진 것이다.
중대본 발표에 따라 곧 초ㆍ중ㆍ고 학생에 대한 신종플루 예방접종이 실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예방접종 대상인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과연 백신이 안전한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를 불러일으킨 것은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접종 원칙을 전달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과부 지침에 맞춰 전국 초ㆍ중ㆍ고에서 학부모들에게 보낸 신종플루 예방접종 안내문과 가정통신문을 보면, 학부모들이 오해할 가능성이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 모 중학교 학부모들은 최근 신종플루 예방접종에 대해 설명한 ‘가정통신문’과 함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서 만든 ‘신종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안내문’과 ‘예방접종 안내문’을 받았다.
가정통신문은 교과부 등에서 예고한 ‘신종플루 예방접종 수요조사’(학교 접종, 민간 의료기관 접종, 접종안함 3항목으로 구성)와 신종플루 학교 예방접종에 대해 안내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수요조사 가운데 학부모 서명난 아래에는 “보호자 서명이 없으면 접종하지 않으니 자녀에게 접종을 원하면 반드시 서명이 있어야 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한 학부모는 이 문구에 대해 “그 문구를 읽고 나서 백신을 맞은 뒤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 학부모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뜻이 숨어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부에선 백신의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하는데, 왜 반드시 학부모가 서명을 한 학생에게만 예방접종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그는 또 “만약 학부모 동의를 얻어 백신을 맞은 아이에게 부작용이 나타나 잘못되면, 서명을 한 학부모에게 책임을 지우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가정통신문과 함께 받은 안내문 두 장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었다. 신종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안내문과 예방접종 안내문은 신종플루 예방접종 안전성과 예방접종 때 주의사항, 예방접종 뒤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과 이에 대한 대처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안내문 두 장 모두 “신종플루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부작용)이 나타나면 관할지역 보건소 또는 예방접종도우미사이트(http://nip.cdc.go.kr)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면서 부작용이 생겼을 때 정부에서 보상해주는 ‘예방접종피해 국가보상제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예방접종피해 국가보상제도’는 1995년부터 국가필수예방접종 후 발생한 이상반응으로 진료비가 30만원 이상일 경우 진료비를 보상하고, 장애나 사망에 대한 일시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안내문에 대해 한 중학생 학부모는 “예방접종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고, 장애나 사망하면 나라에서 보상해주겠다는 건 그만큼 위험할 수도 있다는 뜻인데, 서명을 하라는 건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학부모 반응에 대한 정부 쪽 입장은 말도 안 되는 오해라는 것이다. 예방접종 대상 본인이 접종여부를 결정하는 ‘자율접종 원칙’에 따라 신종플루 예방접종을 하는데, 예방접종 대상이 미성년자들이어서 학부모들에게 동의를 받는 것뿐이란 얘기다.
교과부 담당자는 “과거처럼 일률적인 접종은 학생 개인에 대한 인권 침해로 불가능하기에 자발적 동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테스트 결과 안전성이 입증된 신종플루 백신을 확산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에게 되도록 빨리 접종시키겠다는 게 교과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난포커스( http://www.di-focus.com) - 이주현 기자(yijh@di-f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