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정세의 미래

[미래칼럼]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정세의 미래

 금융위기 이후, 국제질서에 대한 미래 시나리오들이 뜨겁게 논의되고 있다. 미국은 급속하게 몰락하지는 않지만 2025∼2030년께면 가시적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글로벌 무역관계의 재편, 빈번한 경제영토 전쟁, 산업 간 순위 변동, 정글의 법칙들이 난무한 세상이 시작될 것이다. 민주주의나 자본주의 체제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자본주의는 금융위기 이후 상당 부분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국제 정세는 어떻게 될까. 여러 예측방법 중 사회변동(social change) 분석기법으로 글로벌 정세의 기본 미래(baseline future)의 모습을 전망해 보자.

 미래는 현재와 비교해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고 ‘그것들의 연관관계’로 이루어진다. 그중 ‘변하지 않는 것’의 하나가 천하의 거시적 패턴이다. 천하의 대세는 합쳐진지 오래되면 반드시 다시 나뉘고, 나뉜지 오래되면 반드시 다시 합쳐진다. 중국의 역사를 보면, 일곱 개의 나라로 갈려 치열하게 싸우던 대륙이 진시황제에 의해서 기원전 221년 통일됐고, 진나라도 말기에는 항우의 초나라와 유방의 한나라가 치열하게 싸우다가 한나라로 통일이 됐다. 그러나 184년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면서 수많은 영웅이 일어난다. 이런 패턴이 바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천하의 대세적 흐름이고 이런 천하의 힘의 이동과 재편은 역사를 거쳐 모양이 다르게 반복된다.

 미래도 마찬가지다. 절대적인 힘을 가졌던 미국이 힘의 공백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힘의 공백을 틈타 세계는 중국·일본·러시아·EU·미국 등이 다투는 글로벌 춘추전국의 경련적 변화(world-spasm)의 길로 들어섰다. 이들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다극체제는 삼극체제나 양극체제보다 불안정한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안정적인 삼극체제나 양극체제로 전환돼 갈 것이다. 현재 힘의 판도를 감안한다면, 상처 입은 사자인 미국 중심의 한 축, 중국과 인도·일본·한국 등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 축, 유럽연합인 EU 축(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러시아 정도)이 마치 한나라 이후의 삼국시대와 같은 시대를 만들 것이다. 나는 이런 변화가 향후 20년 정도의 국제질서의 기본미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후, 세계는 좀 더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진보와 다양한 문제의 빠르고 강력한 해결을 위해 단극 체제(uni-polar system)를 은근히 갈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을 대신하는 단극 체제의 가장 유력한 후보는 중국이 아니라 아시아가 될 것이다. 특히 향후 50년 이내의 미래는 단일 국가의 헤게모니보다는 특정권역의 연합적 단극 체제가 좀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나는 이런 글로벌 정세를 ‘팍스 아시아나(Pax Asiana)’의 도래라고 명명한다.

 최윤식 미래학자/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 ysfutur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