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유해한 줄로 알았던 전자파를 활용해 유방암을 진단하는 새로운 기술이 우리나라에서 개발됐다. 엑스레이 촬영이나 초음파 촬영,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 공명 영상법(MRI) 등과 비교해 안전하고 간편한데다 정확도도 높아 진단 기술에 혁신이 예상된다.
ETRI는 최근 전자파를 이용, 최소 5㎜ 크기의 유방암 진단이 가능한 세계 최고의 수준의 ‘유방암 영상진단시스템’을 개발, 실용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주파수 500㎒에서 3㎓까지의 전자파를 수초 동안 검사 부위에 조사함으로써 횡단 면의 영상정보를 얻는다. 일단 기존의 엑스레이 촬영, CT 촬영, MRI 등에서 사용하는 방사선이나 강한 자기장에 대한 노출위험이 전혀 없으며 국내의 엄격한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의 허용전력보다 약 30배 낮은 전력의 전자파를 사용한다.
아울러 엑스레이, CT, MRI 등의 영상과 달리 유전율, 전도율 등 전기적인 물질특성의 영상정보를 얻을 수 있어 기존의 방식보다 정확한 판독이 가능해 작은 크기의 종양까지 진단이 가능하다.
국내 유방암 권위자인 문우경 서울대학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전자파 진단 기술이 매우 우수하기 때문에 80% 정도의 정확도를 보이는 엑스레이 촬영과 병행해서 사용하면 오진율을 줄이고 암 진단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기술은 국내 2개 기업에서 이전받았으며 앞으로 이들 기업이 임상시험을 거쳐 상용화할 예정이다. ETRI는 이 시스템 개발로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전자의료기기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봤다.
최문기 ETRI 원장은 “전자파의 순기능적 바이오메디컬 응용 기술 분야에 ETRI의 앞선 IT를 융합해 고부가가치 산업인 의료산업에 블루오션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은 전자파를 이용한 영상기술은 2000년부터 학계에서 기초 연구를 시작해 현재까지 수 ㎝ 수준의 유방암을 진단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구축한 정도다. 국내에서는 2007년부터 방송통신위원회가 30억원의 개발비를 지원해 개발이 시작됐으며 ETRI가 2009년 상반기에 이 시스템을 개발했다.
최순욱기자 choisw@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