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독일 포르셰로부터 한 건의 보도자료가 e메일로 날아왔다. 유명한 랠리 드라이버인 발터 뢰를이 지난 주말 스페인의 코스타 브라바 히스토리카 유러피안 랠리 챔피언십에서 올드 911로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이었다.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도 아니고 이른바 클래식카 경주에서 우승했다는 이야긴데, 그게 뭐 대단한가. 그렇다. 대단한 일이다.
발터 뢰를, 그는 1947년 3월 7일 독일 레겐스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올해로 그의 나이 예순 둘. 10대 후반 레겐스부르크 주교의 운전사로 일을 하게 된 그는 스물 한 살 되던 1968년 최초로 랠리에 출전하게 됐고, 1970, 1980년대 최고의 랠리 드라이버로 이름을 날렸다. WRC에는 1973년 몬테 카를로 랠리부터 출전해서 총 14번의 랠리에서 우승하고, 시상대에는 31번 올랐으며, 1980년과 1982년에는 월드 챔피언에 등극했다. 몬테 카를로 랠리만도 4번 제패했다. 그가 우승컵을 안긴 팀으로는 피아트, 오펠, 란치아, 그리고 아우디가 있다.
1987년 아크로폴리스 랠리를 끝으로 WRC를 떠난 뢰를은 그 후 온로드 경주에서도 뛰어난 두각을 나타냈다. 전설적인 F1 챔피언 니키 라우다조차 그를 ‘바퀴 위의 천재’라고 극찬했으며,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비롯한 각국에서는 ‘20세기 최고의 랠리 드라이버’로 그를 뽑았다.
최근에는 포르셰 로드카의 테스트 드라이버로 활동하며 포르셰 카레라 GT를 비롯한 여러 포르셰 스포츠카로 독일 뉘르부르크링 최고 기록을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발터 뢰를. 그가 예순 두 살의 노구를 이끌고 완벽하게 성능을 복원한 올드 911로 다시 한번 랠리를 제패하면서 노장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 달 기자는 포르투갈에서 포르셰 뉴 911 터보를 시승하던 중 기자들을 위해 특별히 방문한 미스터 뢰를을 만나 약간의 담소를 나눌 수 있었고, 그 영광의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함께 기념 사진도 찍었다. 그날 그는 전 세계에서 찾아 온 기자들을 위해 르망 24시간 경주 우승에 빛나는 포르셰 911 GT1 경주차로 에스토릴 서킷을 달리며 건재한 운전실력을 선보여 기자들로부터 갈채를 받기도 했다.
190㎝는 훌쩍 넘음 직한 이 거구 노장의 부드러운 음성과 선한 미소가 오래도록 우리 곁에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