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기술사업화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연구개발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상용화까지 가능한 기술 기획 및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전자신문은 지난 2∼8월 ‘기술사업화 리포트’ 시리즈 기사에서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은 연구과제의 사업화 과정을 모델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이번에는 출연연 가운데 가장 많은 기술 이전 수익을 올리고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R&D 기술 사업화 전략과 중소기업 육성 방안, 기술 사업화 성공사례 등을 5회에 걸쳐 조명한다.
ETRI는 지난해 420건의 기술이전과 621억9000만원의 기술료 수익을 올렸다. 출연연 가운데 가장 많을 뿐더러 40여 개 출연연이 올린 기술료 수익 1000억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액수다. 특허로 보면 올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출원한 건수만 국내 1463건, 해외 1322건이나 됐다. 올해 특허등록건수는 국내 983건, 해외 328건이다.
ETRI의 이 같은 기술 관련 수익과 실적은 특허 관리와 기술이전, 평가, 상용화 기술 발굴은 물론이고 중소 벤처기업 지원 업무까지 담당하는 130여 명으로 구성된 기술사업화본부의 원스톱 수행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특히 다른 출연연과 달리 10년 전부터 특허 관련 변리사를 채용하는 등 지식재산권(IPR) 관리를 강화해 온 경영 방침과 퀄컴과의 소송에서 배운 산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ETRI는 기술사업화 촉진을 위해 사업화 전략과 글로벌 마케팅, 기술 마케팅을 비롯해 북경연구센터, 미주기술확산센터, 융합기술생산센터로 시스템을 나눠 체계화했다. 전 주기적인 R&BD 체제 구축을 위해 기술 예고제와 수요 예보제도 시행하고 있다. 기술 예고제는 매년 개발될 기술을 모아 공개한다. 수요 예보제는 R&D 기획 단계부터 수요자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뒤, 이를 해당 연구 부서에 제공하는 식이다. 올해는 1000여 개 중소기업으로부터 총 830개의 요구 기술을 수렴해 내년 R&D 기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협력 연구에도 공을 들였다. 전체 연구원을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협력 연구에 의무적으로 참여시켜 R&D 기술 지원 및 애로 기술 해결을 위한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게 하고 있다. 5년(60개월) 근무 기간 중 10%에 해당하는 6개월을 중소기업 협력 연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원내 규정도 바꿨다. 이에 따라 올해 프롬투정보통신과 텔레필드, 코아리버 등 총 44개 업체에 49명의 연구원을 파견, 업체의 애로기술 해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밖에 Q마크 인증제와 대구, 구미, 광주, 대전, 전주, 천안, 청주 지역의 전략산업과 연계한 ETRI 개발 기술을 현장에서 소개하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인 것이 ETRI의 기술이전 수익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최문기 ETRI 원장은 “미래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새로운 융합 발전 모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산업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기술 수요자인 산업 현장을 들여다보면서 전략기술 상품 기획체계 구축을 추진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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