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든 지 50여일 만에 포기를 선언했다. 특혜 시비를 비롯, 각종 의혹에 시달렸던 효성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연내 매각을 목표로 하이닉스의 새 주인을 찾으려던 당초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채권단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재매각을 추진하기로 해 향후 하이닉스의 진로에 어떤 해법과 대안이 등장할지 관심이 집중됐다
효성은 12일 “시장가치 극대화와 국가 기간산업 보호를 위해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했지만 최근 세간에서 제기된 특혜 시비 등으로 공정한 절차로 인수를 추진할 수 없게 됐다”며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효성 측은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 협상을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협상 결과를 내더라도 항간의 특혜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 같은 의사를 표시했다.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 추진 과정에서 특혜 의혹은 전혀 근거가 없다”면서 “인수 포기에도 불구하고 하루빨리 국내 산업자본이 하이닉스를 인수해 더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효성은 지난 9월 22일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의향서를 단독 제출하며 재계의 관심을 받았다. 효성은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위해 일부 사업부 및 자산 매각, 지주회사 전환, 해외 부문 상장 등 독자적인 자금 조달 계획을 수립했다. 국내외 재무적 투자자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인수 자금을 충당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채권단의 매각 방식 변경, 인수제안서 마감일 연장 승인 등으로 인한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효성은 고심 끝에 지난 11일 밤 전격적인 경영진 회의를 거쳐 하이닉스 인수 철회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효성이 인수 철회를 공식화함에 따라 재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이닉스 주주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자문단 및 주주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재무·경영능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재매각을 공고할 것”이라며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