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진 삼성전자, 새 도전 직면"

“일본 전자업체에 밀리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삼성전자가 매출액에서 세계 최대의 기술기업인 휴렛패커드(HP)에 육박하는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2일 삼성전자가 그동안 고속의 성장을 거듭해 HP에 육박하는 규모를 갖게 됐다면서 삼성전자의 전략과 성장 목표 등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간 매출액이 HP의 약 1천10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는 각 사업부문이 철저히 분리돼 외부 업체와 똑같은 조건으로 부품을 공급, 조달하는 사업구조 속에서 진행된 것.

특히 WSJ은 삼성전자가 첨단 전자제품을 생산, 판매하면서도 이 영역들의 경쟁업체에도 부품을 공급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삼성전자는 매출에서 TV와 휴대폰, 컴퓨터, 프린터 등의 제품 판매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동시에 이 제품들을 생산하는 경쟁업체에 반도체나 LCD 패널 등의 부품을 공급해 벌어들이는 매출이 전체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데이비드 스틸 상무는 “사람들은 우리의 사업을 수직적 통합 관계로 보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이는 부품 사업과 소비자 제품 사업의 사업구조이며, 우리는 각 사업부문이 독자적인 성공을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독자적인 모바일 플랫폼 ’바다’를 공개함으로써 플래시 메모리 부문의 최대 고객인 애플에 도전장을 내놓은 것도 이런 삼성전자 사업구조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다른 기업들처럼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거나 생산업체를 고용하지 않고 자신의 공장을 운영하면서 성장을 거듭해 왔다.

3년 전에는 세계 최대의 TV제조업체인 소니를 제쳤고 2년 전에는 모토로라를 누르고 노키아에 이어 휴대전화 2위 자리에 올라섰다.

신문은 삼성전자가 커진 덩치 덕분에 혁신을 위해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할 수 있었고 경기침체로 인한 반도체 칩 가격 인하 압력에도 버틸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삼성전자는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의료와 바이오, 환경, 에너지 등을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추가함으로써 2020년까지 매출 4천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새로운 목표와 비전을 발표했다. 이는 판매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 기업인 월마트와 맞먹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김형도 상무는 유기적 성장으로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미 강점을 가진 PC와 프린터 등 일부 부문에서도 추가 성장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