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는 계승하고, 과오는 고치자.”
전자신문의 ‘거꾸로 가는 중기 정보화’ 시리즈가 연재되면서 중소기업 관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주로 내년 예산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보도에 불만을 토로하는 e메일과 전화가 폭주했다. 중소기업을 홀대하면 안된다는 격앙된 목소리였다. 무엇보다 정보화 지원 사업의 혜택을 본 기업들의 사장들은 정보화가 기업경쟁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지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의 결론은 하나였다. 8년간 지속된 성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중소기업 정보화가 보다 진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의 정책 지원이 다시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장기간 정보화 촉진 정책을 통해 형성한 정보화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활용률을 좀더 높이면 중기 정보화의 질적인 변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예산 현실화가 급선무=8년간 성과를 계승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2004년 이후 6년 연속 감액된 예산 편성기조를 증액으로 바꿔야한다는 게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고도화된 정보시스템 구축 비용에 걸맞은 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의 정보화 지원 사업 방식은 2002년 처음 시작된 것과 크게 바뀌지 않은 상태다. 업체와 5 대 5 매칭펀드 방식으로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하는 것이 8년전이나 거의 똑같다. 하지만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정보시스템은 갈수록 사양이 높아져 현재 최소 구축 비용이 1억3000만원을 넘어설 정도다. 현재 5000만원을 지원받으면 업체가 구축 비용의 70%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중기청은 이 때문에 지원금액을 7000만원까지 확대해 현실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전체 예산이 매년 줄어 고민에 빠져 있다. 예산이 줄어 지원기업 수가 줄어들 판국에 건당 지원금액을 늘리면 지원기업 수가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산당국이나 국회에서는 적어도 중기 정보화 사업 예산을 현실화해주는 증액에는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전략을 짜자=학계 전문가들은 불특정 다수의 중소기업에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평면적인 정보화 사업방향의 전환도 강력하게 요구했다. 개별기업의 양적인 지원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별기업에 배분하던 예산을 모아 대규모 정보화 지원센터를 갖추고, 이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자원을 인터넷으로 빌려주는 이른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도 고민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경우 현재 연간 300개 안팎에 불과한 지원업체가 수천개에서 수만개까지 늘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김현수 IT서비스학회장은 “중소업체들이 정보화를 통해 서비스를 혁신함으로써 생산성이나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 사례는 해외 각국에서 지속적으로 소개되고 있다”며 “중소업체에 정보화 혜택을 넓히기 위해서는 단순히 예산을 쪼개 나눠주는 사업과 별도로 보안, 그린IT 등과 연계한 새로운 사업을 전략적으로 발굴하고 범부처 차원에서 지원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보화 수준에 맞춰 차별화된 지원책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보화 초보단계의 기업에는 시스템 구축 예산을 지원하되 정보화가 진전된 업체들의 경우 공동 연구개발이나 프로모션을 지원하는 정보화 프로젝트도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체계적 전담조직 강화 필수=아무리 좋은 정책 제언도 이를 실천할 전담조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힘들다는 것 역시 전문가들의 한결된 목소리다. 중기청의 전담조직이 사라지고, 전담인력이 줄어들면서 예산은 매년 감소했다는 것은 이를 입증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보안·그린IT·클라우드 서비스 등의 새로운 정책 개발과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려면 중기청내 전담조직을 마련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지적이다. 중기청은 이를 기반으로 신사업을 모색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상대적으로 신경을 쓰지 못한 사후관리·전문인력 양성 등의 분야로 업무를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담조직 신설은 중기청만이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바야흐로 정보화 수준이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다. 중소기업이 정보화 격차로 대기업과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사회적 약자를 돕는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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