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재생 에스에이엠티 회장(61)은 창업 이후 20년 동안 지속성장한 배경을 ‘한 우물과 신뢰 경영’에서 찾았다. “다른 데 눈 돌리지 않고 부품 유통 한 분야만 집중했습니다. 그만큼 전문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 번 거래하면 끝까지 책임진다는 신뢰 영업도 빼 놓을 수 없는 성장 요인입니다. 서로 믿음을 주지 못하면 거래조차 할 수 없는 게 유통 업계의 생리입니다.”
에스에이엠티는 지난 1990년 삼성물산이 설립한 IT 유통 전문업체 ‘삼테크’ 전신이다. 설립 연도부터 따지면 벌써 20년을 넘겼다. 지난 2006년에 회사 이름을 바꿨다. 반도체 유통 분야에서는 터줏대감과 같은 업체다. “IT가 호황이었던 지난 2004년에는 매출이 1조원을 넘긴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시장이 다소 얼어붙었지만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비즈니스 성격상 경기 흐름을 크게 타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20년 동안 회사 자체적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게 지금까지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성 회장은 지난 99년에 합류했다. 삼성전자를 거쳐 에스에이엠티에 옮긴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에스에이엠티는 사원주주 회사다. 성 회장은 전문경영인이다. 사업부별 독립체제로 운영 중이며 성 회장은 회사 비전과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회사 위상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시절부터 성 회장이 쌓아 온 인맥과 사업 노하우가 큰 힘이 되고 있다. “유통 비즈니스는 신뢰와 네트워크 싸움입니다. 둘 다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제품만 있으면 누구나 할 것 같지만 IT 유통이 진입장벽이 높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현업에서 뛰는 대부분의 직원이 10∼15년 근무했던 베테랑입니다.”
성 회장은 “유통은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최전선에 있는 보병과 같은 역할”이라며 “이를 짜임새 있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에스에이엠티는 앞으로도 부품 유통 한 우물만 파고 들 작정이다. 제조는 물론 최근 관심이 높은 완제품(세트)에도 관심이 없다. “부품 유통과 세트 유통은 또 다릅니다. 세트는 매장이 있어야 하며 불특정다수에게 일시적으로 파는 것입니다. 반면 부품은 특정인에게 계속 파는 것입니다. 완전히 개념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성 회장은 이미 예순을 넘겼지만 마음은 항상 청춘이다. 정력적으로 일하는 비결도 항상 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예 회사 슬로건도 “고정 관념을 버리자(think out of box)’로 통일했다. 성 회장은 “에스에이엠티가 설립한 지 20년이지만 항상 출발선에 선 느낌”이라며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매출 보다는 제조·협력업체에서 신뢰받는 기업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