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싱가포르와 대학 국제화](https://img.etnews.com/photonews/0911/091116053706_1453067534_b.jpg)
인구 500만, 서울 면적의 약 1.17배(710.2㎢).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아시아 교육 허브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MBA 프랑스의 인시아드(INSEAD)를 비롯, 각국 유명 대학 분교가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해마다 어김없이 세계 대학평가순위에서 당당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싱가포르국립대(NUS)와 난양기술대(NTU)는 싱가포르의 자랑이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와 대학평가기관인 QS가 최근 발표한 세계대학순위에서 NUS는 30위, NTU는 73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대표대학인 서울대(47위), KAIST(69위)가 지난해에 비해 약진하면서 이들과 경쟁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교육 경쟁력은 △공립교육 중심 △외국인 교수·학생 우대 △영어강의 등에서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싱가포르 교육산업 발전의 중심에 ‘외국인’이 있다는 것이다. 주변국인 말레이시아, 인도, 중국 등은 물론이고 각국에서 우수 유학생들이 몰린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우수한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외국인교수는 언제든지 환영하며, 연구활동에도 아낌없이 투자한다. 모든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기에 외국인도 가르치고 배우는데 문제가 없다.
우리 대학은 어떤가. 교육과학기술부가 한국에서 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 육성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추진중인 WCU는 국감에서 실효성에 질타를 받았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예산 감액조정을 시사했다. 해외 우수학자를 유치하겠다는 명분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리 입맛에 맞는 S급 인재는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해진 NTU 기계항공우주공학부 교수는 “최근 국내 대학에 있다가 적응을 하지 못하고 NTU로 이직한 외국인 교수가 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국내 대학들이 영어 사용에 익숙치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 와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수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대학들도 국제화바람에 동참하며, 영어강의 확산과 외국 교수·학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이 ‘국제화’라는 페달에 가속을 낸다면 우리도 가까운 미래에 아시아의 교육 허브가 못된다는 법은 없다.
싱가포르=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