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광다이오드(LED) 시장이 예상 밖의 수요를 촉발시키면서 사파이어 웨이퍼·LED 칩 등 핵심 부품·소재 가격이 마침내 들썩일 기미다. 핵심 부품·소재 업계가 생산 능력을 미처 확대하기도 전에 시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탓에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돼 ‘도미노’ 효과를 야기했다는 분석이다. 후방 산업군의 신규 설비 투자가 양산 확대로 이어지려면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이같은 현상은 한 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LED 업체인 삼성LED(대표 김재욱)는 LED용 기초소재인 사파이어 웨이퍼 구매 가격을 이르면 오는 4분기부터 인상해 주기로 하고 현재 국내 공급사들과 협의중이다. 삼성LED가 사파이어 웨이퍼 구매 가격을 인상해 주는 것은 국내 업계를 통틀어 역대 처음이다. 이는 사파이어 잉곳 가격이 최근 지난해 2분기보다 20∼30%나 급등한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잉곳을 웨이퍼로 가공해 삼성LED로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은 이익 구조가 박해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웨이퍼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잉곳 업체들의 과잉 투자로 인해 가격이 지나치게 내려갔었던 것도 최근 가격 인상의 한 요인”이라며 “적정 수준 이하로 내려갔던 가격이 제자리를 찾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서울반도체(대표 이정훈)는 일본 ‘도요타고세이(TG)’와 미국 ‘크리’로부터 사들이던 LED 칩 가격을 올 들어 지금까지 동결시켰다. 매분기 통상 5% 이상의 가격 인하를 단행해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인상 효과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상반기부터 전 세계 LED 수요가 급증하면서 종전처럼 원하는 가격에 칩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회사인 서울옵토디바이스로부터 칩 구매 물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요 LED 업체는 올해 들어 고객사에 공급하는 ‘LED TV’용 제품 물량이 상반기 대비 3∼4배 정도 늘었지만 판가는 모델별로 각각 5∼7% 정도 인하하는 데 그쳤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작년 공급 물량과 공급 가격 인하 폭을 감안하면 사실상 동결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휴대폰용 LED 제품 공급의 경우 상반기부터 동결돼 왔던 덕분에 사실상 판가 인상과 다름 없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고백했다.
여타 부품·소재 산업군에서는 보기 드문 이례적인 현상이 최근 LED 업계에 나타나고 있지만, 공급 부족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LED 부품·소재 업체들이 잇따라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명과 백라이트유닛(BLU) 수요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여전히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특히 LED 칩 핵심 장비인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는 이미 공급 업체들의 생산 능력을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