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언론 도마 위 오른 한국의 ‘안전 불감증’

“안전·방재 시설 미비가 부산 사격장 참사 불렀다” 지적

일본인 관광객 8명을 포함해 10명이 목숨을 잃고 6명이 중화상을 입은 부산 실내 사격장 화재에 대해 안전·방재 시설이 미비해 참사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일본에선 한국의 허술한 방재시스템을 꼬집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피해자 가운데 일본인 관광객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일본 언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일본의 주요 언론은 “한국의 안전·방재 시설이 미비해 참사가 일어났다”는 쪽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분위기다.

<요미우리신문>은 16일자 기사에서 15일 사고 현장을 찾은 일본인 유족들은 한국 경찰로부터 화재 경위 등을 들었고, “비상구는 하나 밖에 없는 것인가”라고 한국 경찰에게 묻는 경우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이번 화재로 아들 오쿠보 아키라(37)씨를 잃은 오쿠보 신이치(64)씨가 사망자 주검이 안치된 양산 부산대병원을 찾은 허남식 부산시장에게 “앞으로 안전 대책을 잘 부탁드린다”고 호소하며 쓰러져 울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언론들은 안전 대책 미비를 지적하는 일본 언론 보도를 소개하고 있다”며 “일부 방송은 일본은 한국의 ‘안전 불감증’을 비판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내는 등 한국에 대한 인상 안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화대책이나 소방시설보다 건축을 우선시하는 한국 실정을 자세히 설명한 특집 기사를 쓴 신문도 있었다.

<마이니치신문>은 16일 ‘클로즈 업 2009:한국·부산사격장화재 방화대책, 방치’란 제목의 기사를 실어 한국의 방재체제가 일본에 비해 너무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서 <마이니치신문>은 “부산 사격장 화재 참사의 원인으로 방화·피난 체제의 미비가 지적되고 있다”며 “화재가 일어난 실내 사격장은 방음을 위한 밀폐 구조임에도 비상구·스프링클러가 없었다”고 전했다.

특히 이 기사는 한 일본 재난관리 전문가의 말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소방법은 차이가 거의 없지만 운용이 다른데, 한국은 소방보다 건축을 중시하는 경향이 일본보다 강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선 건물을 지을 때 소방서의 동의가 매우 중요하고 구조까지 주의를 기울인다. 하지만 한국에서 소방이 어디까지나 건축의 뒤를 좇는 인상이 짙다는 게 일본 전문가의 분석이다.

또 이 전문가는 2003년 2월 일어나 약 200명이 사망한 ‘대구 지하철 화재’를 예로 들면서 “당시에도 교통·건설과 소방 담당자의 제휴 관계가 좋지 않음을 느꼈었다”고 말했다. ‘대구 지하철 화재’ 때도 “피난로와 방화구획을 확보할 수 없었던 것이 피해를 확대시킨 요인의 하나였다고 보인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은 보도했다.

재난포커스(http://www.di-focus.com) - 이주현 기자(yijh@di-f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