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식시장에도 짝수해에 부진한 공식이 들어맞을까.
2000년 이후 국내 증시는 짝수해에 하락하거나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이듬해 급등하는 흐름을 반복했다. 우연의 일치라는 지적이 있지만 경기사이클이 1년 단위로 짧아진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IT버블로 2000년에는 연간 경제성장률이 8.5%에 달했지만 버블이 붕괴하면서 2001년 4.0%로 ’반 토막’이 났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2000년 50.92% 급락했지만 2001년 경기침체기에는 오히려 37.47% 반등했다. 이 같은 시차는 증시가 실물경제와 동행하기보다는 기대를 반영해 선행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03년 카드사태 여파로 내수가 얼어붙으면서 성장률이 2.8% 떨어졌지만 코스피지수는 30% 가까운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듬해인 2004년 경제성장률은 4.6%에 달했다.
올해도 경제성장률이 0% 안팎에 그치겠지만 내년 성장률은 4%대 중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선행지수는 올해 연말께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물경제가 꾸준히 나아지더라도 증시는 급등장을 재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은 내년 코스피지수의 고점으로 1,850을 제시했다. 다만 4~5월께 고점을 찍은 뒤 조정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에는 1,500과 1,850의 박스권에서 제한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5일 코스피지수(1,592)를 기준으로 보면 연간 수익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대신증권은 “내년 증시는 전반적으로는 2000년, 2002년, 2004년 등 짝수해에 나타난 약세장 특징들을 모두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증권업계도 대체로 내년 코스피지수의 연중 고점으로 1,800선과 2,100선을 제시하고 있다. 낙관적인 전망에 따라 2,100선까지 오른다면 2007년 수준의 강세장이 재현될 수 있다. 반면 1,800선을 고점으로 설정한다면 ’짝수해 징크스’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