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녹색산업서 미래 경쟁력 찾는다

정부가 17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 줄이는 방안을 확정한 것을 계기로 국내 산업계가 이른바 ‘녹색산업’을 육성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발 빠르게 녹색 기업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미래의 생존 경쟁에서 뒤처질 것으로 판단하고 앞다퉈 대응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사업장에서 온실가스 발생량을 대폭 줄이고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친환경 제품 개발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을 판매하는 사업을 발굴하거나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는 사업을 강화하는 등 성장성이 높은 녹색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도 있다.

◇잇단 ‘그린경영’ 추진=온실가스 규제 움직임을 읽어내고 선제적으로 그린경영을 선포한 대표적인 기업은 삼성전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녹색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선언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3년까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놨다.

특히 친환경 제품 출시를 위한 연구개발에 3조1천억원,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고효율 설비 도입 등을 통한 녹색사업장을 구축하는 데 2조3천억원 등 총 5조4천억원을 쏟아붓겠다는 대규모 투자계획도 공개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사업장을 환경 친화적으로 바꾸고 녹색 제품을 내놓기 위한 작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는 2020년까지 제품사용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연간 3천만t씩 줄이기로 했다. 또한 2012년까지 주요 제품의 효율을 2007년 대비 약 15% 향상시키는 등 제품 사용단계에서 온실가스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는 ‘그린카 개발’이 향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생존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고 연구개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아반떼와 포르테 차량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은 모델을 출시한 현대·기아차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순수 전기차를 개발하는 작업을 최근 본격화했다.

주동력을 전기모터와 배터리에서 얻고 가솔린 엔진을 보조장치로 이용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2012년 이후에 상용화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녹색시장 선점하겠다”=기존 사업을 새로운 환경 규제에 부합하도록 바꾸는 수준을 넘어 친환경 산업을 미래 수익사업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도 산업계 곳곳에서 나타난다.

한화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과정에서 확보한 탄소배출권을 내다 파는 청정개발체제(CDM)에서 사업기회를 찾고 있다.

이 회사는 온산공단의 질산공장에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를 분해 처리해 연간 약 28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했고, 이를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권(CERs)을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도 나주공장의 청정개발체제를 유엔에 공식 등록해 10년간 약 20만 이산화탄소톤(tCO2, 각종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환산한 톤단위)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했다.

국내 유력 조선업체들은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충북 음성에 태양광 발전 핵심부품인 태양전지 생산 공장을 완공한 현대중공업은 올해 이 분야에서 투자를 더욱 늘려 태양전지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또한 전북 군산 군장국가산업단지 내 13만2천㎡(약 4만평) 부지에 총 1천17억 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설비 생산 공장을 설립해 가동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풍력발전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실무추진팀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적인 철강사인 포스코 역시 지난해 포항과 광양 사업장 옥상에 1㎽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서 태양광 발전사업에 진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은 기업 경영에 압박이 될 수 있는 규제이지만 사업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며 “거부할 수 없는 산업계의 흐름을 따라잡고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