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인재를 꿈꾼다면 ‘녹색(Green)’을 주목해야겠다.
지난 17일 정부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2005년보다 4% 줄이겠다고 천명했다. 우리나라가 2020년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탄소배출량과 비교하면 무려 30%를 줄이는 수준이다.
이 같은 목표치는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개발도상국들에 요구하는 최고 감축 수준이다. 목표치가 너무 높은데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산업계의 볼멘 목소리가 터져나온 이유다.
◇한국은 녹색 나라로 대변신 중=의무 감축국이 아닌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굳이 ‘최대한’ 탄소배출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것은 어떤 이유일까. 대통령의 말을 들어 보면 명확해진다. 이명박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단기적 부담이 있겠지만 저탄소 녹색 성장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과 더 큰 국가이익을 고려해 목표를 결정했다”며 “우리의 도전적 목표가 우리의 국격과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는 “세계적으로 급팽창하고 있는 녹색 시장을 선점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번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안은 지난 7월 앞으로 녹색 산업에 10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정부의 계획과 맞물려 우리나라의 발전 패러다임이 ‘저탄소 녹색 성장’으로 완전히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하이브리드카, 재생에너지 등 청정 기술 산업의 성장세는 세계적으로 거침이 없다. 공격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녹색 산업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에 한국이 녹색 나라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녹색 산업 이끌 녹색 인재 주목=정부가 나서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저탄소 녹색 성장을 제시하면서 녹색 성장 시대는 이제 막 열리기 시작했다. 녹색 성장을 이끌 ‘녹색 직업’이 가장 유망한 미래 직종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교토의정서 이후 탄소배출권 거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탄소배출권과 관련된 새로운 녹색 일자리도 떠올랐다. 탄소배출 감정사, 녹색 경영 컨설턴트, 녹색 프로젝트 파이낸싱 전문직 등이 유망 직업으로 꼽힌다. 특히 탄소배출권 거래가 엄격한 탄소배출 측정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탄소배출 감정사 수요는 급격히 늘 것으로 예측된다. 기업들이 앞다퉈 녹색 경영에 나서면서 기업의 녹색 경영 전략을 수립해주고, 관리해주는 녹색 경영 컨설턴트도 눈에 띈다.
녹색 기술과 제조업의 융합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제조업에 녹색 기술을 녹여 산업구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해당 분야로는 태양광 설비시스템 개발자, 친환경차 설계개발자, 환경소재 연구개발자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부문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만큼 녹색 제조업 인력을 새로 기르는 것 외에도 기존 전문인력을 녹색 인력으로 키워주는 직업능력계발이 중요하다.
◇체계적 준비로 녹색 인재 길러야=전문가들은 녹색 인재를 전략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체계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선 녹색 직업 요구를 분석하고, 녹색 성장을 위한 인재 개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산업이기에 시장을 분석, 전망해 벤치마킹할 사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녹색 산업 부문 전문가로 키우기 위해, 관련 자격 및 평가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생각해 봄 직하다. 또 학생들이 녹색 미래를 꿈꾸며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녹색 진로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요구된다. 미래 녹색 사회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이 녹색 직업에 관심을 갖도록 독려하고 하며, 녹색 가치관에 바탕을 둔 진로개발도 필요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KRIVET)은 ‘녹색 성장 시대를 위한 녹색 인재 개발전략’이라는 연구를 거쳐 최근 연구총서 ‘녹색성장·녹색직업·녹색인재’를 펴냈다. 저탄소 녹색 성장을 이끌 녹색 직업, 녹색 인재를 내다본 책이다. 이 책은 “국가적 마스터플랜에 근거해 세계 무대에서 녹색 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할 것”을 권하고 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