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9년째 전세계 도시서 유치 희망 줄서”

“대회 9년째 전세계 도시서 유치 희망 줄서”

 벌써 9년이 흘렀다. 내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째다. ‘게임 대회가 몇 년 가겠냐’는 일부 기성세대의 비아냥은 이미 용도폐기됐다. e스포츠 올림픽으로 평가받는 월드사이버게임스(WCG) 얘기다.

지난 15일 중국 청두에서 WCG 2009가 막을 내렸다. 9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대회는 크게 성장했다. WCG 성공의 주역은 e스포츠 선수들과 팬들이지만 대회 주최 측인 WCG 임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WCG의 선장 김형석 사장은 성공의 일등공신이다.

청두 대회의 상황에 김 사장은 “중국 중앙정부에서 체육부 부부장이 왔고 청두시 관계자와 쓰촨성 관계자 등 부시장급만 7명이 참석했다”며 “귀빈을 소개하는데 11명이나 돼서 힘들었지만 기분은 아주 좋았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경기장 앞에 암표상까지 등장했으며 전체 관람객 수가 역대 최다인 10만명이 넘었다”고 덧붙였다.

e스포츠 대회에 중앙정부의 고위 관료가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중국의 e스포츠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행사장 규모도 이전 독일 대회의 세 배에 육박했다. 쓰촨성의 주요 신문들과 6개 방송 채널이 앞다퉈 WCG를 보도했다.

김 사장은 “도시 전체가 WCG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청두는 작년 5월 대지진이 난 쓰촨성의 중심도시인데 이번 WCG를 계기로 지진 피해에서 회복됐다는 이미지가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65개국 6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 e스포츠 대표팀은 5개 종목에서 금3, 은2, 동3을 각각 획득했다. 작년 대회에 이어 2연패며 통산 다섯 번째의 종합 우승을 달성했다.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높인 셈이다. 선수들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아직 제도적 뒷받침은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 사장은 “올해 중국 내 e스포츠 지원 서열이 99번에서 78번으로 올랐다”며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업은 중국의 e스포츠 성장세가 놀라울 따름이고, 이대로 가면 종주국의 위치와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내년이면 WCG 10주년이다. 많은 국내 e스포츠 팬은 한국 개최를 바랐지만 미국 LA로 결정됐다. 김 사장은 “중국 시장만큼이나 미국도 중요하다”고 전제하며 “10주년 대회를 한국에서 하기 바랐지만 호스트 시티의 지원이나 열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의 대회 유치 희망 도시는 우리나라보다 e스포츠 열기는 떨어지지만 그 판을 키우려는 비전과 열망이 더 강하다”며 “반면에 우리나라는 WCG 행사보다 지자체의 이름을 걸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등 e스포츠에 막 눈을 뜬 나라들은 e스포츠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한다. 우리가 만든 콘텐츠인 e스포츠가 세계적 행사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한국만 중심이 돼야 한다’는 좁은 시각보다 ‘모두 함께 즐거운 축제의 장을 만든다’는 열린 생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