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Innovation Leader-이노베이션리더­동양종금 정재훈 이사(CIO)

 동양종합금융증권 정재훈 이사(CIO)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요즘 차세대 시스템의 분석·설계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본격적인 시스템 개발 작업을 앞두고 불철주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양종금의 최고정보책임자(CIO) 정재훈 이사를 만났다.

 그는 10년 전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환경으로 전환할 때나 원장 이관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등 동양종금 IT역사에 한 획을 긁는 대규모 프로젝트마다 총괄PM을 맡아 ‘야전사령관’ 역할을 수행했다. 2001년 동양종합금융과 동양증권 합병에 따른 통합프로젝트도 정 이사가 진두지휘했다.

 지금의 동양종금이 있기까지 크고 작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해온 그지만 이번 차세대 프로젝트는 쉽지 않다. 계열사 합병 등을 통해 시스템 규모가 엄청나게 방대해졌을 뿐 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한 규제들에 시시각각 대응하면서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7년 CIO를 맡은 이후 처음으로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이자 일부 시스템의 경우 그룹사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 책임감도 크다. 정재훈 이사가 이번 차세대 프로젝트에 온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도 많고 고민거리도 다양하다.

 정재훈 이사는 “이번 차세대 프로젝트가 비즈니스를 이끄는 데 핵심 축이 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비즈니스 영역에 초점을 맞춰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느 선까지 IT가 앞서 추진해야 할지 수위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비즈니스와 IT가 동행해야 시너지 효과가 큰 것이 있고 IT가 앞서 가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이런 두 영역 간의 역할과 비중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고민이 차세대 프로젝트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IT와 비즈니스를 연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어떤 환경에서는 IT가 더 앞서 나가야 할 때도 있기 때문에 항상 신중한 판단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차세대 프로젝트에서는 철저하게 비즈니스 전략 과제에 맞춰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물론 IT부문에서도 전사아키텍처(EA)를 수립하는 등 다양한 과제들이 있었지만 비즈니스 이슈가 더 우선 순위였다.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라 투자매매업, 집합투자업, 기업금융업무 등 금융투자업간 겸업이 가능해지면서 이런 제도 변화에 따른 업무 범위 확대에 대응해야 하고,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전사 리스크 관리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다양화된 고객 요구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이 모든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던 것이다. 동양종금의 경우 계열사 합병으로 인해 시스템이 노후화 되고 복잡해진 측면도 있지만 차세대 시스템 구축의 결정적인 요인은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정재훈 이사는 “다양한 비즈니스 이슈를 모두 충족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 향후 그룹사가 공유해서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특히 새로운 제도에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비즈니스를 주도해 나가는 데 IT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한 가지 결심한 것이 있다. 이번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이 마지막 빅뱅 방식의 프로젝트가 되게 하는 것이다. 차세대 프로젝트에 앞서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 데이터 아키텍처, 테크니컬 아키텍처 등 전사 표준화 작업을 단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재훈 이사는 “100%는 아니지만 90% 이상 사전 정의된 표준에 맞게 추진하고 있다”며 “그렇게 해야만 이번 프로젝트가 마지막 빅뱅 형태의 시스템 개발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차세대 프로젝트가 단순한 시스템 업그레이드 차원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에게 뜻 깊은 선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0년 9월 차세대 시스템 오픈 시점에 고객, 내부 직원, 임원 등 모두에게 의미있는 변화를 주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내부직원들에게는 보다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지원하는 워크플레이스(WP)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미 그룹사의 그룹웨어를 통합한 WP1.0은 운영 중이다. 동양종금은 기존 WP1.0에 지식관리시스템(KMS)과 고객관계관리(CRM), 모바일 오피스 기능 등을 추가해 WP2.0으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지만 WP2.0은 동양종금에서 만들어 전사 그룹으로 확대할 예정으로, 그룹의 업무 문화를 혁신하는 도구가 될 전망이다.

 고객들과 직접 대면하는 영업점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예를 들면 계좌개설을 하러온 고객들이 번호표를 받아서 기다리는 대신 상담원과 더욱 양방향성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는 고객에게 주는 선물 중 일부다.

 임원들에게도 의미있는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현상에 대한 원인 분석을 시스템을 통해 알려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시장점유율이 상승할 때 어떤 원인에 따른 결과인지를 정확하게 시스템을 통해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몇 달간에 걸쳐 관련 솔루션을 찾았지만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솔루션 중 적합한 것이 없어 자체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정재훈 이사는 “단순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나 핵심성과지표(KPI) 차원의 시스템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며 “예측 정보가 아닌 정확한 분석 정보를 만들어내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CIO로 임명되면서 직원들의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IT담당자들이 주어진 업무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동향들을 사전에 파악해 최적의 기술과 접목해 IT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직원들 개개인에게 비전을 심어주고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려고 노력한다”며 “이를 위해 기술만이 아니라 비즈니스 영역까지 매트릭스 구조로 업무 영역을 나눴고, 한 달에 한번씩 100여 가지 변수를 감안해 기획안을 작성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프로필>

 양정고등학교와 홍익대학교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정재훈 이사는 1988년 동양증권에 입사해 지금까지 20년 이상을 줄곧 동양을 지키고 있는 ‘동양맨’이다. 1998년 동양증권 최초 빅뱅방식의 신시스템 개발의 총괄PM을 맡았으며, 2000년도 원장이관 프로젝트의 개발 총괄PM이기도 했다. 2001년에는 동양종합금융증권과 동양증권의 합병에 따른 통합 프로젝트도 총괄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2007년부터 IT 부문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과 함께 BA전략팀장을 수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