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4~5%를 전망하더니 윤증현 재정부 장관도 19일 4% 이상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의 전망치도 상향조정될 추세다.
이런 낙관적 전망은 주로 3분기의 깜짝 성장에 근거한 바가 크지만 재정여력이 떨어지고 고용이 여건해서는 회복되지 않는 등 불안요인도 많아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정부, 조만간 성장률 상향조정=정부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성장률 전망을 바꾸지는 않았다. 올해가 -1%대, 내년에 4% 그대로다. 하지만 최근 낙관적인 지표들이 나오면서 다음달 새해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할 때 성장률 전망치를 높게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 배경에는 10월 말에 발표된 9월 광공업 생산 지표 등이 크게 작용했다.
전년 동월 대비 11%나 늘어나면서 3개월째 증가세를 기록하고 소비와 투자가 함께 늘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생산. 소비, 투자가 한꺼번에 증가한 것은 21개월 만으로 그동안 금융위기 터널에서 답답해하던 경기가 이제 빛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연간 무역수지 누적 흑자 규모가 322억2천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인데다 전세계적으로 경기도 호전 조짐을 보이고 있어 국가간 교역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경기호전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
내년의 경우 민간소비도 활발히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을 눈으로 확인한 국민들이 소비를 늘리고 여기에 최근 주춤한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도 조정을 끝내고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소비심리는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민간소비의 회복여부는 이번 경제위기 극복의 중요한 평가지표로 여겨진다. 이런 경기회복세는 분명히 아직 초기단계로 우리 정부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경기부양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점도 내년 성장률 전망에는 긍정적인 요소다.
◇얼마나 올릴까…불안요인 탓 낙관은 금물=정부는 다음달 중순 2010년 경제운용방향 발표를 앞두고 거시지표 수정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 수치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당초 전망치보다 높을 것이라는 말 외에 수치를 언급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세계경제 전망도 봐야 하고 재정동력이 약해진 4분기의 국내 상황도 좀 더 지켜보는 등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게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장관이 이날 “4%보다 다소 높아질 것”이라고 밝힌 점에 비춰 적어도 0.5%포인트, 높게는 1%포인트 안팎의 상향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경상수지도 기존 전망이 80억 달러 흑자로 봤지만 민간 연구기관들은 150억 달러 안팎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회복이 본격화되고 투자가 늘면서 취업자 증가폭도 종전 전망치인 15만명을 소폭 높여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상승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복병들도 한둘이 아니다. 윤 장관이 현재를 “중요한 변곡점”이라며 “일부 거시경제 지표는 개선되나 전반적 고용사정이 어렵고 유가 등 원자재가 경기회복세와 맞물릴 경우 어떻게 요동칠지도 변수”라고 말한 것도 불안요인들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내부 변수 가운데 가장 걸리는 대목은 고용이다. 취업자 숫자가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희망근로사업이 일시 중단되는 12월에 잠시 출렁일 수 있는데다 내년에 투자가 회복돼도 ’고용없는 성장’이 재현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 부진은 소비를 비롯한 경제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외부 변수 중에는 경기회복세와 맞물려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가능성이 주시 대상이다. 급등할 경우 2%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물가를 다시 들썩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세계 경제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잔존해 있는 불확실성도 고민거리다. 더블딥(경기 상승후 재하강)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줄어들긴 했지만 국제금융시장에 불안 요인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데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이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진다면 우리의 성장동력인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