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비즈IT 칼럼-김용대 한국CA 사장

 도요타가 지난 10월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자 국내 자동차 업계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본격 판매 일주일 만에 도요타 브랜드 4개 차종의 계약 건수가 2700대에 이르렀고, 인기 차종인 ‘캠리’는 내년 3월에나 차를 인도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품질이다. 그리고 이 품질의 원천은 린(Lean) 생산방식에 있다.

 도요타는 지난 1980년대에 불규칙한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하고 효율성 높은 린 생산방식을 구축했다. 원가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작업 흐름을 방해하는 낭비 요소를 찾아내 제거하거나 간소화하는 것이 린 생산방식 구축의 주목적이었다. 이후 많은 기업들이 린 원리와 실천 방법을 적용해 품질은 높고 결함은 적은 제품을 생산해 왔다.

 낭비를 없애고 효율성을 극대화한 린 생산방식을 IT 서비스와 그 기반이 되는 기술 인프라를 관리하는 데 적용하면 어떨까. 원래 IT의 주된 임무는 조직과 고객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서비스를 개발·지원하고 개선하는 것이다. 제품 제조와 마찬가지로 비즈니스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도 수요를 관리하고 관련 활동에 우선순위를 부여할 뿐 아니라,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고 결함을 제거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서비스 생산 과정 전반에는 일반 제조업의 생산 과정과 마찬가지로 개발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낭비 요소가 존재한다. 낭비 요소는 개별적으로도 많은 비용을 소진하지만, 각기 다른 낭비 요소가 결합돼 연쇄 작용할 경우 내외부 고객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IT 능력을 심각하게 손상시키거나 비즈니스의 가동 중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비즈니스 서비스 생산에 린 생산방식을 도입해 낭비를 줄이는 방법은 이미 여러 IT 조직에서 시도됐지만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유지 관리에 국한된 경우가 많았다.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린 IT(Lean IT)’ 원리를 적용할 경우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유지관리의 생산성을 최대 40%까지 높일 수 있고 실행 속도와 품질도 개선된다고 한다.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마찬가지로 IT 운용도 서비스 생명주기 관점에서 관리할 수 있다. 보다 광범위한 비즈니스 전략을 지원할 때는 비즈니스 서비스를 더욱 효과적으로 설계, 운용, 변환할 수 있는 방법론을 도입해야 한다.

 먼저, 린 IT를 달성하려면 비즈니스 서비스의 시각화가 필요하다. 린 생산방식에는 ‘가치흐름매핑(VSM:Value Stream Mapping)’이라 불리는 기법이 있다. VSM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데 필요한 물자와 정보의 흐름을 분석하는 것으로, 생산 흐름을 시각화해 낭비 요소를 보다 쉽게 식별할 수 있다.

 IT 분석가들은 각종 네트워크와 시스템, 데이터베이스 및 애플리케이션 등 수많은 기술 요소들이 비즈니스 서비스 제공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컨피규레이션을 시각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 왔다. 애플리케이션 종속성 매핑 및 컨피규레이션 관리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서비스 요소에 대한 미세한 변경도 놓치지 않고 탐지하는 등 기술 및 서비스 관계, 종속성을 자동으로 발견하고 시각화한다. 또 복잡한 컴퓨팅 작업을 동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작업 자동화 및 IT 프로세스 자동화 같은 솔루션을 활용해 프로세스의 수동적 활동을 줄이거나 제거할 수 있다.

 둘째, 수요관리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비즈니스와 긴밀하게 연계돼 있는 IT 영역을 최적화할수록 린 IT의 여러 가지 이점을 실현할 기회도 그만큼 커진다. 신제품 요구사항 분석, 포트폴리오 분석, 프로젝트 관리 등의 활동은 모두 비즈니스의 민첩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이런 기능은 설계나 실행 과정의 오류 때문에 더 큰 낭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IT 수요관리의 개념은 여러 면에서 린 생산방식의 수요 중심 공급망 시스템과 유사하다. 제조사는 자사의 프로세스가 고객들의 변화하는 요구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IT 조직도 프로젝트 및 포트폴리오 관리(PPM) 솔루션이나 서비스 포트폴리오 관리 솔루션을 활용해 신규 서비스나 프로젝트, 일상적인 IT 운용 관리 활동의 낭비 요소를 찾아내고 최적화함으로써 수요관리를 기민하게 실현할 수 있다.

 셋째, 각각의 비즈니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원하는 데 필요한 요소의 원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먼저 핼프데스크 지원, e메일 사용, 데스크톱 지원 등의 비용을 분석한 후 각각의 비즈니스 서비스가 이 요소들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원가를 배분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제공의 총비용을 보다 잘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IT 비용 증가를 야기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이 접근방식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최악의 낭비 형태, 즉 비용을 삭감해서는 안될 영역에서 비용을 삭감하는 오류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는 장기적으로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비용 삭감 오류를 예방할 수 없다.

 넷째, 자원 용량에 대한 선제적 관리가 중요하다. 오늘날 IT에서 가장 큰 낭비 영역 중 하나는 물리적 인프라 이용에서 발생한다. 서버의 평균 활용률이 총 용량의 25% 이하라는 조사 결과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서비스 차원에서 성능을 감시하다가 필요할 때마다 동적으로 용량을 배치해야 한다.

 린 생산방식은 기술 관리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비즈니스 서비스 생산라인을 지속적으로 운영, 최적화하려는 오늘날의 IT 기업에 적절한 해답을 제시한다. 다른 생산라인과 마찬가지로 IT의 비즈니스 서비스 생산라인에도 낭비 요소는 얼마든지 있다. 기업들은 통합된 방법론과 기술, 수준 높은 자동화를 통해 낭비의 원인을 신속하게 찾아내 제거해야 한다. 낭비 요소를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데 성공하는 기업은 비용절감뿐 아니라 비즈니스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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