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Cover story - 삼성전자 `SCM`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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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에는 SCM과 의사결정 프로세스 뿐.”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 “삼성전자 TV가 전 세계에서 1등을 하는 데 SCM 체계가 큰 역할.”

 주우식 삼성전자 부사장 “SCM 통해 효율 크게 높이고 비용 줄여.”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최근 조찬간담회에서 “삼성전자 TV가 전 세계에서 1등을 하는 데 공급망관리(SCM) 체계가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 역시 2007년 이후 최지성 사장이 이끈 SCM 혁신이 원가 절감에 주효한 효과를 거두면서 실적 개선에 힘을 실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적인 리서치기업 AMR리서치가 평가하는 SCM 순위에 글로벌기업들과 경쟁하며 매년 10위권 안에 진입하는 국내기업은 삼성전자뿐이다. ‘2020년까지 매출 4000억달러 달성’이라는 비전을 목표로 하는 삼성전자의 지속 가능 성장 동력으로서 SCM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S&OP 속도 높여 시장 중심 빠른 의사결정 체계=삼성전자의 최지성 사장과 이윤우 부회장은 매일 전 세계 법인의 판매·재고 정보를 확인한다.

 CEO가 책상에 앉아 전 세계를 손바닥 보듯 꿰뚫어보는 의사결정 체계는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든 SCM의 저력이다. 즉석 지시로 전 세계 판매 법인과 공장간 가동을 조율할 수 있고 물류 비효율을 없앨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전 세계 현장에서 모이는 판매 및 생산에 관련된 예측과 결과 정보들이다.

 “삼성전자에는 SCM과 의사결정 프로세스 뿐”이라고 강조한 윤종용 전 부회장의 리더십에 힘입어 2000년 초부터 SCM 최적화에 초점을 두고 10년간 IT와 프로세스를 일체화시켜 왔다. IT를 가교로 삼아 전 세계 어느 사업장의 정보도 실시간 의사결정의 데이터로 활용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장 중심 판매와 생산을 연계하는 삼성전자의 빠른 SCM 의사결정 체제 핵심은 판매운영계획(S&OP) 회의다. 현재 각 사업부 글로벌오퍼레이션센터(GOC)가 주관하는 S&OP 회의에서 매주 임원들이 참석해 일주일간의 판매·공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주 단위 공급계획(Weekly Supply Planning)의 일 단위 판매 및 공급 차질 등을 반영하는 넷체인지플래닝(Net Chainge Planning)을 접목해 DMC(세트) 부문을 필두로 일일 공급계획도 정착되고 있다. 전 세계 시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빠르게 수집하고 공급계획에 반영해 일 단위 계획을 주 단위 계획과 비교하고 마케팅과도 연계해 매출 목표도 맞출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지성 사장은 TV사업부 등 DMC 부문 주 단위 S&OP를 정착시킨 후 무선사업부의 SCM 체계도 2007년 직접 주 단위 글로벌 SCM 체계로 안착시키고 전사 주 단위 S&OP 기반 글로벌 SCM의 토대를 닦았다.

 최근 추진된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프로젝트로 모든 SCM 정보를 한 눈에 보여줄 수 있도록 한 것도 빠른 의사결정을 최적화하기 위한 맥락이다. BI를 통해 24시간 단위로 판매계획 대비 판매실적, 생산계획 대비 생산실적 간 공차를 한 화면에서 확인하고 일정 비율 이상 공차가 발생할 시 즉시 ‘비상’ 사태가 되는 의사결정 체계를 마련했다. 구축 막바지에 이른 글로벌 ERP 시스템으로 실시간 재고·판매·원가 추이를 한 통으로 집계할 수 있게 되면서 실시간 글로벌 SCM 데이터 수집에 힘을 실었다.

 형원준 SAP코리아 사장은 “삼성전자는 선례가 없는 IT도 과감히 도입하고 활용해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며 SCM 최적화에 잘 활용해 온 것”이라며 “IT 기술자들과 자체 개발을 병행하면서 직접 체화하고 깊이 내재화된 IT 기반 SCM 혁신을 이룬 사례”라고 평가했다.

 ◇정확한 데이터 기반 ‘계획대로 생산’=빠른 의사결정 체계를 갖췄지만 틀린 데이터로 의사결정을 하면 오히려 잘못된 결정을 ‘빨리’하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글로벌 사업장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영업과 생산 부문이 같은 데이터로 소통하게 하고 S&OP 회의가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생산관리시스템(MES), 제품데이터관리(PDM), 생산계획스케줄링(APS) 등 각 시스템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콕 집어 수집하는 글로벌 SCM 시스템과 멋진 유저인터페이스(UI) 기반 BI를 갖춰도 데이터가 틀리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사업장의 정보를 실시간 의사결정의 데이터로 삼을 수 있었던 데도 CEO가 S&OP 회의를 주관해 직접 화면을 확인하고 판매·생산·재고 데이터의 정합도를 따진 혹독한 리더십이 열쇠가 됐다. 필요한 정보는 반드시 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해 투명화하고 CEO와 임원이 직접 시스템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기인해 합의한 계획대로 정확히 판매하고 생산하도록 했다. ‘3일 확정체제’로 일정구간 생산계획은 변동할 수 없도록 했다. 최근 이 단위를 1일 체제로 당기고 있다. 매일 계획하고 수정함으로써 미리 생산한 뒤 밀어내기식 판매를 하고 수시로 생산계획을 변경하는 등 생산·영업부문이 재고와 결품 탓을 서로에게 미루던 악습을 버리는 것이다.

 영업부문이 정확한 생산 현황 데이터와 재고를 기반으로 의사결정하고, 생산부문도 정확한 판매 현황 데이터로 일정을 조율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유통업체들에도 제 날짜에 정확히 제품을 납품할 수 있게 되고 판매 기회손실을 줄일 수 있는 유통매장에서도 삼성전자에 더 넓은 면적을 주게 되면서 매출에는 더욱 날개가 돋았다.

 기준정보관리(MDM)를 철저히 하고 조직 체계와 핵심성과지표(KPI)도 SCM 최적화에 초점을 두고 설계했다. 각 제품의 시장요구에 맞춰 가격, 디자인, 기능 등 정확히 목표를 정하고 개별 목표에 따라 우선순위와 가치사슬(Value Chain)에 맞는 KPI 체계를 마련했다. 메이크투오더(MTO) 방식 등을 통해 공용 부품을 확대하고 부품 상태로 이동한 후 물류기지에서의 제품 조립을 통한 플랫폼 생산방식 전환도 SCM 최적화의 일환이다.

 ◇협력으로 SCM 최적화=지금 삼성전자는 내부 최적화를 넘어 아웃바운드(Outbound) SCM 체계를 통해 유통업체와의 전략적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 중심 체제로 변화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강화하고, 정확도 높은 생산 계획으로 재고를 감축할 수 있도록 실시간 판매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최근 수 년간 신흥시장에서 각 매장 프로모터들이 판매정보를 입력하도록 하고 미국 베스트바이, 독일 보다폰, 영국 딕슨스 등 선진시장 유통업체들과 전자문서교환(EDI) 등을 통해 상호공급계획 예측 프로그램(CPFR)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이유다. 채찍효과(Bullwhip effect)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확한 시장조사와 수요 예측을 공급 계획과 긴밀히 연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SCM 혁신은 삼성전기·삼성SDI 등 관계사들의 글로벌 SCM 체제로 확산되고 있다. 또 2·3차 협력업체로도 확산되고 있다. CPFR 등 협력 시스템을 통해 제조업체 간에도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재고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타 업종에서도 삼성전자에 SCM 벤치마킹 문의가 이어지는 등 혁신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부문에서 마스터플래닝(MP) 모듈을 최초 도입한 1997년 이래 디스플레이(당시 모니터)사업부를 거쳐 전사로 확산, 10여년 간의 산고를 거친 삼성전자의 선례가 국내 산업에서 널리 귀감이 되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