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9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와 관련 “자동차가 문제가 된다면 다시 이야기할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자동차 시장을 개방해 한미 FTA를 타결할 의향이 있는가”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미국 의회가 요구해온 자동차 추가협상 주장에 대해 ‘이야기할 자세’를 거론함에 따라 향후 양국간 이 문제를 두고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문을 고치는 형태의 재협상은 없다”며 “다만, 미국쪽에서 자동차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면 얘기를 한번 들어보자는 취지”라고 즉각 해명했다. 하지만 인준 권한을 갖고 있는 미 의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에 대해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 양국관계를 강화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라면서도 “미국이 우려하는 부분은 엄청난 무역 불균형이다. 이런 무역 불균형은 한국과의 관계에서 두드러지지 않지만 모든 아시아를 묶어 버리는 관행과 의회의 시각”이라며 한미 FTA 체결을 위해 여러가지 관문이 있음을 시사했다.
오전 11시 10분부터 12시 30분까지 약 80분간 진행된 이날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단독회담에서도 상당부분이 한미 FTA에 할애됐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단독회담에서 “(한미 FTA를) 미국 행정부가 혼자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의회에서 처리해야 하는 데 실업률이 늘어나고 자유교역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자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의 교역에서 연간 80억 달러 흑자로 중국(3000억달러), 일본(1800억달러)와는 다르며 사실상 서비스 및 금융수지까지 포함하면 거의 균형수준”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미 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다고 말했다”며 “두 정상간에 (한미 FTA)에 대한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으며 이견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양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내년 양국 외교·국방장관이 함께 만나 미래지향적 동맹발전의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데 합의했으며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도 6자회담을 통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한 핵 폐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