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기업] (44)조아스전자

 오태준 대표(왼쪽 두번째)와 직원들이 360도 로터리식 면도기의 소비자 반응과 기능개선 회의를 하고 있다.
  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오태준 대표(왼쪽 두번째)와 직원들이 360도 로터리식 면도기의 소비자 반응과 기능개선 회의를 하고 있다.  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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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선 기술력이 있어도 중소 가전기업이 한 제품으로 27년을 ‘장수’하기는 쉽지 않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며 판매·유통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다국적 기업이 장악하는 시장에선 더욱 그렇다.

 조아스전자(대표 오태준)는 필립스·브라운이라는 양대 산맥이 버티고 있는 전기면도기 시장에서 독자 기술력으로 국내 시장에서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작은 거인이다. 시장 점유율 30%로 토종 면도기의 매운 맛을 보여 주고 있다. 올해로 창립 27주년을 맞는 ‘다윗’ 조아스전자는 해외 시장에서 ‘조아스(JOAS)’ 브랜드로 골리앗과 승부를 준비 중이다.

 조아스전자는 전기면도기 제조·판매를 주력으로 하면서 헤어드라이어·이발기 등 이미용기기 전문 중견기업이다. 오태준 사장이 면도기 시장 가능성을 보고 1982년 설립한 성진전자가 모태다. 성진전자가 직원 8명으로 전기면도기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던 당시, 첫 제품인 ‘피닉스’는 전국 도소매상을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가며 잠재력을 보여줬다.

 창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조아스전자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차별화된 상품 기획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력. 시장에서 후발 사업자가 필립스·브라운과 맞서기 위해서는 이들을 능가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특히 면도기는 피부에 밀착하는 제품인 데다 매일 사용한다는 특성 때문에 사소한 차이가 품질을 판가름한다. 수염을 매끄럽게 잘 깎이게 하는 절삭력은 물론이고 디자인·방수·소음까지 모든 면에서 소비자를 만족해야 선택받을 수 있는 제품이 된다.

 주로 4만∼5만원대 중저가 상품을 주로 생산해오던 조아스전자는 최근 7만원대 제품을 내놓았다. 출시 당시 국산 제품치고 비싸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품질에서 수 십만원이 넘는 브라운과 필립스를 능가한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확신했다.

 실제로 이 제품은 출시 후 1만5000대가 팔리며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 전체 면도기 시장이 연간 120만대 규모인 걸 고려하면 단일 품목으로 큰 성공을 이룬 셈이다. 조아스 연구개발 인력은 중국 쪽을 포함해 16명. 유수 대기업에 비해서는 적은 인원이지만 전체 직원 55명의 4분의 1이 차별 제품을 만드는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현재 조아스전자는 국내 기업 최초로 유럽·미국 인증을 통과하고 면도기 관련한 국내·국제 특허만 150여건을 보유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우여곡절 끝에 1998년 ‘좋아서 찾게 된다’는 의미를 담은 조아스전자로 사명을 바꾸면서부터 해외 수출도 적극 나섰다. 96년부터 자체 브랜드로 수출을 시도했지만 중소기업인데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대부분의 수출은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콘에어·베이비리스와 같은 해외기업 OEM을 하면서 조아스의 제품과 기술력을 미국과 유럽지역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001년 중국에 공장을 설립한 이후 한 때 내수의 3배를 넘는 350억원 해외 매출을 올리면서 조아스전자의 해외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중국공장을 매각하고, 주요 해외기업과의 OEM 계약도 종료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OEM 물량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중국 쪽의 환경변화와 같은 대외적인 요인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체 브랜드가 없다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본사는 ‘조아스(JOAS)’란 자체 브랜드로 전 세계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제품을 만드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생산은 8년간 중국사업을 하며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27개 지역에 조아스란 브랜드를 등록했고, 러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의 국가에 자체 브랜드로 수출을 시작했다. 동남아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안착한 후 내년 하반기에는 유럽·미국 시장도 직접 공략할 예정이다.

 자체 브랜드로 본격적인 해외 시장 개척을 시작한 시점.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15년 전 처음 자체 브랜드로 해외 수출을 시도했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진 조아스전자의 위상이다. 오태준 사장은 “전 세계에 이 분야 종사자들은 이제 조아스란 이름을 다 안다”며 “이제는 기회를 준다면 팔아보겠다는 유통업자들에게 조아스란 브랜드를 붙이라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아스전자는 제품과 유통 모두에서는 필립스와 브라운이 공략하지 못하는 틈새 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중동지역 사람들의 긴 수염이라던지, 꼬부라지거나 누운 수염 등 민족마다 다른 특성을 고려해 맞춤한 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최근 유명 방송인 김흥국씨를 모델로 기용한 것 외에는 조아스전자는 유명 모델이나 브랜드 힘을 빌리지 않고 지난 27년간 꾸준히 성장해왔다. 몇 번의 위기를 거치며 내실 있는 기업으로 다져진 조아스전자는 자신만의 브랜드 파워로 승부할 수 있는 기업으로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 무대는 세계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