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차이가 경쟁력인 시대다. 수 많은 기업의 연구원들은 미세한 차별화 포인트를 발견하기 위해 밤을 지샌다. “우리 모두는 비록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으나 우리 모두의 지평선은 다르다”라는 말처럼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기업 경쟁력은 작은 차이에서 출발해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발전한다. 국내 기업 역시 글로벌 생활가전 분야 ‘톱1’ 달성을 목표로 차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차별화 포인트는 크게 △에너지 소비효율 △현지화 제품 △고객 문화와 생활 트렌드 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니즈(Needs)’에 충실하라=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에어컨 5대 중 1대는 LG전자 제품이었다. LG전자는 2004년 이후 매년 에어컨 분야에서 판매량 1000만대 돌파를 뜻하는 ‘텐밀리언 셀러’ 기록을 수립 중이다. 한국 에어컨 역사가 LG에 의해 새롭게 작성되는 셈이다. 에어컨 탄생 40주년이었던 지난해에는 에어컨 1억대 판매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에어컨 사업에 뛰어든 1968년부터 2008년까지 LG전자는 1분에 4.8대의 에어컨을 판매한 것이다.
LG전자가 이처럼 글로벌 냉방가전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독자 개발한 3세대 초절전 리니어 컴프레서, 절전을 구현하는 차별화된 기술과 고객 니즈를 반영한 적극적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환용 LG전자 에어컨사업부장(부사장)은 “고객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변화를 지속적으로 주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웅진코웨이는 고객 수요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달려간다. 그것도 매번 1등으로 도착한다.
웅진 MP3 비데는 전자제품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으로 탄생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원하는 음악을 듣고, 영어·중국어 등 외국어 공부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트렌드가 반영됐다.
MP3플레이어와 욕실전용 방수 스피커를 이용해 욕실에서도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기춘 웅진코웨이 환경기술연구소장은 “웅진 룰루 MP3비데는 욕실에 음악이 흐르게 하면서 욕실을 새로운 여가공간으로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600만원대 스테인리스 트롬 세탁기는 미국·유럽 부유층을 겨냥해 개발됐다. 특히 실용을 중시하는 미국의 경우, 화려한 디자인보다는 견고한 느낌을 주는 스테인리스를 선호한다는 특징이 반영됐다. LG 양문형 냉장고(모델명:R-T758VHHW)는 조용한 주방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제품 개발로 이어진 사례. 이 제품은 도서관 내 소음보다 낮은 39데시벨(dB)을 구현했다. 업계 최저 소음이다.
◇절전(Energy efficiency)=친환경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가전 분야에서도 재활용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신소재와 신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이 중에서도 가전업체들은 절전형 제품을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는 중이다. LG전자가 지난 9월 출시한 디오스 양문형 냉장고(모델명: R-T758VHHW)는 752ℓ 동급 제품에서 소비전력이 가장 낮다. 월평균 소비전력은
32.9킬로와트(kWh/월)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소비전력 분야에서 세계 신기록이 연이어 한국 기업에 의해 수립되고 있는 것이다.
LG는 이 제품 개발을 계기로 친환경 선도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대형 백색가전은 LG가 최고라는 방정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진세 LG전자 차장은 “리니어 컴프레서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전력을 지난 4월 35.9킬로와트에서 5월 35.3킬로와트, 7월 32.9킬로와트까지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컴프레서는 냉매 가스를 압축해 동력을 만드는 핵심부품으로, 자동차 엔진에 비유된다. 대우일렉이 김장철을 맞아 출시한 2010년형 김치냉장고 ‘클라쎄’ 역시 김치냉장고에서는 소비전력이 낮은 제품으로 꼽힌다. 클라세의 소비전력은 월평균 16.5(kWh/월)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문화(Culture)도 전자제품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다. 가전업체들 역시 싱글족 등 젊은 층의 문화를 반영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대우일렉은 싱글족을 겨냥해 최근 7㎏ 용량 소형 드럼세탁기 ‘클라쎄’를 출시했다. 크기를 기존 드럼세탁기보다 최대 60% 줄여 좁은 공간에도 설치하기 쉽다. 삼성전자 ‘아가사랑 삶은 세탁기’는 용량이 3㎏에 불과하다. 아이를 기르다 보면 소량 빨래를 자주해야 한다는 점을 노려 출시했는데 작은 크기 덕분에 오히려 싱글족의 사랑을 받고 있다.
웅진코웨이가 개발한 정수기(모델명:P-07CL) 역시 싱글족 및 신혼부부용으로 개발됐다. 정수기도 가전이 아니라 개전제품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좁은 주방공간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렌털료도 기존 제품 대비 30∼50% 저렴하다. 이 때문에 명절 또는 혼수시즌에 정수기를 선물하는 새로운 문화도 만들어졌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현지인들의 문화와 취향을 반영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 구현도 업계의 핵심 과제다. LG전자는 글로벌 고객 요구사항을 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조류 독감에 민감한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AI바이러스 퇴치가 가능한 에어컨을 비롯 에어컨과 천정 부착형 환기팬을 동시에 사용하는 인도 소비자들의 생활습관을 감안해 리모컨 1개로 동시에 두 제품을 모두 조작할 수 있는 제품도 인도에서 판매 중이다.
태국에서는 LG 에어컨 판매가 전년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태국인들이 냉방기능은 물론 공기청정에 관심이 높다는 점에 착안, 공기정화는 물론 먼지 냄새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에어컨을 내놓았던 게 주효했다. 바이러스 세이프 시스템(Virus Safe System)을 내장한 에어컨은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꽃문양을 좋아하는 인도인들을 위해 개발한 ‘인디어 글로리’ 에어컨은 LG 에어컨 판매량을 15% 가량 늘리는 효자노릇을 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