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디지털 컨버전스와 한국사회의 미래’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어떤 발표자가 재미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첫째, 문자를 보낼 때 20자 이상 보내지 않는다. 둘째, 한글 문서를 작성한 후 프린트해서 교정한다. 셋째, TV는 무조건 본방(本放)을 사수한다. 위에 열거된 3가지 사항 중 단 한 개라도 속한다면 당신은 디지털 원주민(네이티브)이 아니라 디지털 이주자(이미그런트)라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용어는 미국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가 2001년 자신의 논문 ‘Digital Natives, Digital Immigrants’에서 처음 사용한 후 일반화 되었다. 디지털 언어와 장비를 마치 특정 언어의 원주민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의 대중화와 1990년대 휴대전화 및 인터넷 확산에 힘입어 디지털 혁명기를 보낸 세대를 일컫는 용어로 사용된다.
이들 세대는 자유, 협업, 철저한 조사, 엔터테인먼트, 맞춤, 성실성, 속도, 혁신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빠른 변화를 추구한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라고 불리는 21세기는 이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 주인공인 디지털 네이티브가 변화를 요구하고 리드하는 분야는 단연코 미래의 이동통신과 방송기술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통신기술일 것이다. 여기에서 전파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융합을 통해 발생한 다양한 서비스의 근간은 바로 전파활용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머지않아 실현될 4G 이동통신, 언제 어디서나 연결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환경 조성에는 전파기술이 없어서는 안 되는 기반 기술로 돼 있다.
방송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차세대 방송시스템으로 불리는 3차원 TV와 초고선명 TV와 같은 실감방송이 도입되려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송수신할 수 있는 전파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또 모바일방송, 개인방송을 무리없이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파 기반기술 개발의 시급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마시는 공기와 물의 소중하듯이 전파는 멀티네트워크시대의 무선통신망의 혈관이자 산소와 같은 소중한 존재다. 앞서 언급한 미래 이동통신과 방송분야는 물론이고 공공과 안전 분야에서도 전파는 각종 사고와 위험을 예방하는 서비스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u헬스, 원격진료 등 의료서비스의 제공과 소외계층에 대한 정보격차 해소 등에서 전파의 이용은 갈수록 급증하고 있으며, 경제와 문화, 산업 분야에서도 전파의 활용은 늘어나고 있다. 이제 전파의 효율적·창의적 활용이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전파산업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세계시장을 석권한 이동통신 단말기를 비롯한 무선통신기기 생산을 보면 2008년 51조8000억원대에서 연평균 10.2%씩 성장하여 오는 2013년에는 생산액이 75조9000억원대에 달해 국내 무역수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선통신 서비스 시장 역시 2013년까지 연평균 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세계 디지털TV 시장은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3D TV 분야 역시 국내 글로벌 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제패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방송서비스 시장의 경우 2008년 9조8000억원대 시장에서 2013년까지 연평균 7.8% 성장하여 시장규모가 12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세기 라디오와 TV 시대를 연 데이비드 사노프는 말년에 ‘전파의 발달과 인간의 진보는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율리우스 게나촙스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은 최근 한 모임에서 미국의 무선데이터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주파수는 산소와 같다"며 전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4세대 이동통신 기술개발과 고화질의 HDTV 시범서비스 등을 위해 오는 2013년까지 1조5287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담은 전파진흥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향후 5년간의 전파분야 중장기 정책이 담긴 전파 로드맵이 착실히 이행돼 우리나라가 융합강국, 전파강국을 바탕으로 모든 국민이 따뜻한 디지털 서비스를 누리는 ‘품격 있고 활기찬 커뮤니케이션 일류국가’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bjsuh@kcc.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