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짝퉁 소녀시대’가 등장하는가 하면 금괴짝퉁도 국내에 수입되고 있다. 인터넷에는 ‘푸르지요’, ‘떡도날드’ 등 재치있는 짝퉁 브랜드가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전세계 휴대폰 시장의 30%를 차지하며 급성장중인 우리 휴대폰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출시한지 수개월만에 이른바 ‘짝퉁폰’이 나돌기 시작하면서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대(對) 짝퉁’ 전략도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05년부터 본사 특허센터, 현지 법률 대리인, 현지 사설 조사기관 등으로 구성된 짝퉁 대응 조직을 운영중이다. 짝퉁 발생 주요국 세관 공무원을 대상으로 상표 및 제품 구별법에 대한 수시 교육에 나서고 있으며 국가별 세관이 위조품 발견 즉시 현지 법인이나 LG전자 특허센터로 신고하도록 비상연락망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특허센터 특허전략그룹 소속 황영호 대리는 이 회사 휴대폰의 짝퉁 저지를 위한 최전선에서 근무하고 있다. 매일 아침 그의 업무는 전세계 세관과 현지 특허그룹에서 들어오는 e메일과 팩스 확인으로 시작된다. 짝퉁 정보가 발생하는 곳도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유럽·중동·동남아 등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늦여름 중국에서 이른바 ‘투명폰’으로도 불리는 자사의 ‘크리스털폰(GD900)’이 짝퉁폰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이 모델은 LG전자가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09 행사에서 발표한 제품으로 불과 6개월만에 짝퉁폰이 등장한 것이다. 9월 들어 이 제품은 무려 24개 중국 인터넷 판매 업체를 통해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파악됐다.
황대리는 사이트 주소와 증거 사진들을 캡쳐한 뒤 중국 특허그룹과 단속 방안 협의를 거쳐 대응에 나섰다. 짝퉁 단속의 핵심은 생산 공장의 적발. 판매 사이트가 사라져도 생산업체는 더욱 깊이 숨어 새로운 제조 공간과 거래처를 찾기 때문이다.
생산공장의 소재가 파악되면 본사 특허센터와 중국특허그룹, 제품 담당자들이 영상회의를 통한 단속 계획을 공유하고 중국 공안, 현지 조사전문 업체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급습한다.
여기서 생산된 짝퉁폰(모델명: T90)은 크리스털 투명 키패드 등 외관을 똑같이 모방했고, LG전자의 브랜드와 로고 이미지까지 베꼈다.
황 대리는 “짝퉁이라고 하면 가방이나 구두와 같은 패션 아이템만 떠올리기 쉬운데, 이제는 세계 도처에서 등장하는 짝퉁폰의 수에 혀를 내두를 정도”라며 “정품 휴대폰과 비교를 위해 제품을 모으면서 어느새 ‘짝퉁폰 수집가’가 됐다”는 말로 업무의 특성을 설명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