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연구원을 만나보면 10명 중 6명은 박사학위 소지자다. 출연연이 밀집한 대덕에는 ‘집 지키는 개도 박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실제 산업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 13곳의 연구부문 박사학위 소지자는 10년 전 50.5%에서 지난해 60.5%로 10%포인트(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박사학위 소지자보다 석사학위 소지자가 월등히 많은 기현상을 보였다.
22일 전자신문이 산업기술 출연연 10년치 통계자료(1999∼2008)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13개 출연연 연구직 인력 4182명 가운데 박사학위 소지자는 60.5%인 2531명, 석사학위 소지자는 37.1%인 1555명으로 나타났다. 학사 학위 이하 연구직은 96명으로 2.3%에 불과했다.
13개 출연연 중 ETRI,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안정성평가연구소의 3개 기관은 이례적으로 석사·학사학위자가 박사학위자보다 많았다. 나머지 조사 대상 기관인 생산기술연구원과 전기연구원, 화학연구원 등 10개 기관은 석사학위자보다 박사학위자가 훨씬 많았다.
이들 13개 출연연의 박사급 연구인력 비율은 지난 1999년에 총 2906명 중 1469명으로 전체의 50.5%였으나 매년 꾸준히 늘기 시작해 2005년엔 55.3%, 2006년엔 57.2%로 높아졌고 지난해엔 처음으로 연구인력의 60%를 넘어섰다. 학사 이하는 1999년 141명으로 4.8%였으나 이듬해인 2000년부터 100명 이하로 떨어지면서 연구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갈수록 줄었다. 지난해엔 13개 연구기관에서 96명으로 2.3%를 기록했다.
13개 출연연 가운데 박사 인력 비율이 가장 높은 기관은 한국식품연구원으로 전체 121명의 연구원 중 113명을 기록, 무려 93.3%나 됐다. 이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289명 중 253명(87.5%)으로 뒤를 이었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창원 재료연구소, 한국기계연구원 등이 80%를 넘었다.
박사 인력보다 석사 인력이 많은 기관은 ETRI와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안전성평가연구소의 3개 기관뿐이었다.
ETRI는 지난해 전체 연구인력 1652명 중 석사학위자는 941명(56.9%), 박사는 699명(42.3%)이었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도 전체 연구인력 183명 중 62.8%인 115명이 석사학위자고, 36.6%인 67명이 박사학위 소지자다. 안전성평가연구소는 70명의 연구인력 가운데 44.2%인 31명이 석사, 34.2%인 24명이 박사였다. 학사학위 소지자도 15명으로 출연연 중 가장 많은 21.4%로 조사됐다.
출연연 관계자는 “최근에 10년 전보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취업난 탓에 학력 인플레이션이 심화됐다”며 “특히 연구 정규직은 박사학위 소지자 위주로, 보조 업무는 비정규직 학사학위자 위주로 뽑다보니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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