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LCD 업체들이 적극적인 인수 합병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최근 이노룩스(Innolux)가 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CMO)를 인수, 세계 3위 LCD 업체로 부상한데 이어 세계 7위(면적기준) 업체인 칭화픽처튜브(CPT)가 다음 인수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노룩스와 CMO가 합쳐진 ‘치메이이노룩스’와 AUO 등이 CPT 인수를 놓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대만 LCD 업체들도 규모의 경제 구축을 통해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가 양강 체제를 형성한 한국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무르익고 있는 양안(洋岸, 중국-대만) 협력 분위기에 편승, 내년부터 본격화될 중국 LCD 시장 선점 경쟁에서 한국과 진검승부를 벌이겠다는 의지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치우추앙이(邱創儀) CPT 사장이 경영난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임하면서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타퉁그룹 산하의 CPT는 최근 2년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며 고전해 온 가운데, CFO가 장기 휴가에 들어가고 이번에 사장까지 전격 사퇴하면서 급격한 내홍에 휩싸였다. 후임 사장직무 대리에는 중소형사업부를 이끌어 온 린청창(林盛昌) 부사장이 임명됐다. 업계에서는 CPT가 이번 사장 교체에 이어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노룩스 출신의 타퉁그룹 CFO가 6세대 라인 매각을 비롯한 인수 합병 작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치메이이노룩스보다 AUO의 인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CMO 인수전에서 실패한 AUO가 CPT마저 이노룩스에 내줄 경우 3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현지에서는 한국 업체도 CPT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소문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사장은 “대만 LCD 업체들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중국 8세대 투자 및 시장 선점 경쟁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양상”이라며 “결국 한국과 대만 LCD 전쟁의 승부처는 중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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