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시내 초ㆍ중ㆍ고교 학생들의 교내 휴대전화 소지와 사용을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하려던 계획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서울시의회 이종은(한나라당) 교육문화위원장에 따르면 이 위원장을 비롯한 다수 시의원들이 교내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하는 조례를 올해 연말까지 제정할 계획이었지만 여론조사 결과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추진 계획을 보류했다.
시의회는 지난 7월 처음으로 조례 제정 방침을 밝히고 나서 그동안 2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했다.
우선 7월 진행된 자동응답서비스(ARS) 조사 결과에서 총 응답자 2천883명 중 대다수가 교내 휴대전화 사용이 학습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데에는 동감했다.
그러나 ‘휴대전화 교내 소지를 법으로 금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관련, ‘휴대 찬성’ 혹은 ‘휴대는 찬성하되 교내사용 반대’ 의견이 초등생에 대해서는 51.65%, 중ㆍ고생에 대해서는 53.56%로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46∼48%)보다 많았다.
특히 통제방식에 대해서도 ‘학교 자율규제’라는 응답률이 55.50%로 ‘법률이나 조례에 의한 규제’를 꼽은 32.19%보다 훨씬 높았다.
지난달 리서치업체 ㈜마케팅인사이트에 의뢰해 나온 결과에서도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조례로 규제하는 데 7%만이 찬성했고, 과반(55%)은 ‘학교 차원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 위원장은 “시민들은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학교에 가거나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법으로 규제하는 것에는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알았다. 일단 기존 계획을 6개월간 보류키로 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이런 결과를 설명하고 일선 학교들이 자율적으로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막을 수 있도록 강력한 지도단속을 전개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 6개월간 시교육청의 지도 상황을 지켜보고서 내년 5월을 전후해 재추진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재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울산시교육청도 지난달 학생들의 휴대전화 교내 소지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키로 하고 관련 안건을 울산시의회에 제출했지만, 시의회는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며 안건 심의를 보류한 바 있다.
[연합뉴스]